로보원이 개발한 폐기물 선별로봇 '로빈(ROBin)'이 인공지능(AI)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융합한 AIoT 기술로 무장하고 미국 산업계에 상륙했다.
로보원은 최근 미국 Ev-Terra 시카고 공장 전자폐기물 선별 라인에 로빈을 공급했다. Ev-Terra는 고려아연의 미국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자회사다. 컴퓨터, 노트북 등 전자기기 재활용 공장으로 제품 파쇄 후 나오는 인쇄회로기판(PCB), 커패시터, 구리 등을 선별해 회수한다.
이 공장은 그간 인력을 동원해 직접 전자 폐기물을 분류했고 높은 인건비와 근태관리 문제로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로빈 도입으로 이익률 극대화는 물론 자원 재순환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됐다.
Ev-Terra는 시카고 외에 애틀랜타, 라스베이거스, 샌안토니오 등 미국 4개 공장 전체에 로빈 도입과 활용 확산을 검토하고 있다.
로빈은 이미 국내에서 공공과 민간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부산재활용센터 시범 적용에 이어 올해는 푸를청, 크린자원센터 등 민간 재활용업체 폐기물 선별 현장에 공급됐다.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틸렌(PS) 등 플라스틱을 비롯해 유리 등 생활 폐기물 10종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류한다.
로보원은 '부산 디지털 혁신거점 조성사업'에 참여해 로빈 고도화에 성공했다. 로빈에 AIoT 기술을 적용해 작동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개별·통합 선별 작업 현황 등 생산정보를 수집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누적 데이터를 활용하면 선별 작업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로봇에 이상이 감지되거나 소모품 교체 시기가 오면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능도 탑재했다.
신기술 개발에는 산·학·연·관 협업 사업화 연계기술개발(R&BD) 프로젝트가 한몫했다. 로보원과 메라클, 인공지능그랜드ICT연구센터, 카이스트 부산혁신연구소, 동명대 산학협력단이 참여한 R&BD 프로젝트를 통해 비정형 폐기물의 실시간 다중탐지 AI 모델, 소모품 교체 주기를 위한 AI 모델, 머신러닝을 이용한 AI 추론 모델 등을 개발해 로빈을 고도화할 수 있었다.
로보원은 R&BD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학생을 인턴으로 영입한 데 이어 내년에는 정규직으로 고용할 계획이다. 산·학·연·관 협업 선순환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로보원은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5' 첫 출품 만에 지속가능성&에너지·전력, 스마트시티 등 2개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재활용률을 높이고 환경오염을 줄여 지속 가능한 자원 순환경제를 촉진하는 로빈의 미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이영진 로보원 대표는 “앞으로 AI 인식률을 높이는 학습 작업에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로빈 스스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능을 향상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부산=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