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핵심기술'에 MBK 엑시트 셈법 복잡…분리매각·고배당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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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고려아연

고려아연이 보유한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서 정부의 승인없이 고려아연을 해외로 매각할 수 없게 됐다. 이에 MBK파트너스가 분리매각 혹은 높은 배당금 등을 통해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19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리튬이차전지 니켈(Ni) 함량 80% 초과 양극 활물질 전구체 제조 및 공정 기술'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산업기술로 지정됐다. 국가핵심기술을 수출하거나, 해당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 합작 투자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하려는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관련업계에서는 MBK 측의 엑시트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MBK 측은 고려아연의 해외매각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가총액 20조원에 육박하는 고려아연을 통째로 인수할 기업이 국내에서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인만큼 해외 매각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활용하는 자금은 6호 바이아웃 펀드로, 통상 경영권 인수 뒤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이에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하게 된다면 가장 비싼 값을 지불할 곳을 찾아 재매각해야 한다.

시가총액 20조원에 달하는 비철금속 제련 기업을 높은 가격에 사들일 곳은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중국 기업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에 일각에서는 MBK가 국가핵심기술과 연관되지 않은 사업을 쪼개서 파는 등의 방식을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의 엑시트가 이뤄지게 되면 분리매각이나 쪼개팔기, 자회사 매각 등이 이뤄질 경우 고려아연의 제련 사업과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신성장동력 사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속되는 우려 속에 MBK는 고려아연을 장기 보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대신 배당액과 각종 운영 수수료율을 늘리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투자금과 수익률, 각종 이자를 넘어서는 금액을 회수해야만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국가기간산업으로서 고려아연의 기업가치와 경쟁력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장기 투자 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영풍 석포제련소를 보면 답이 나온다”면서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는 기피하고 공장 노후화로 인한 각종 환경오염과 중대재해로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사모펀드가 온산제련소를 팔지 못하고 장기간 운영하게 된다면, 결국 제2의 석포제련소가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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