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CBDC)는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금융 혁신의 중심에 있는 프로젝트다. 가상자산과 핀테크 산업의 급성장으로 기존 화폐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중앙은행들은 디지털 경제의 요구를 충족하고 각국의 금융 시스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CBDC 도입을 검토하거나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안정적이고 포용적인 국가 주도 디지털 화폐 시스템의 도입은 디지털 시대에 맞는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국가가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인 CBDC는 소매형(retail)과 도매형(wholesale) 두 가지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각 형태는 설계 목적과 활용 방식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며, 국가 간 경제적·기술적 특성에 맞는 CBDC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2020년대 초반부터 CBDC 연구와 개발을 시작하며 디지털 화폐 도입을 준비해 왔다. 최근에는 스마트 계약 기반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실험하는 CBDC 프로젝트를 통해 금융기관과 개인 소비자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설계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결제 환경에서도 작동 가능한 CBDC 기술을 개발하며 디지털 소외 계층을 포함한 포용적인 금융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디지털 경제 시대에 모든 국민이 공정하게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로 평가받는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e-CNY)를 통해 CBDC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주요 도시와 대규모 행사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국제 결제 시장에서 위안화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이 프로젝트에 반영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소비자 보호와 프라이버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유럽 시민들이 디지털 경제에서도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Fed)가 CBDC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달러의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고 국제 결제 시스템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브라질, 인도, 나이지리아 등도 CBDC 실험 단계에 있으며 각국의 경제적, 정책적 목표에 맞는 설계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디지털 경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CBDC를 활용하고 있다.
CBDC의 성공적인 구현은 기술적 설계에 크게 좌우된다. 특히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병행 사용은 효율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각각의 블록체인 기술은 고유한 강점과 활용성을 가지고 있어, CBDC의 목적과 용도에 맞게 적절히 병합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개방성과 투명성이 가장 큰 강점이다. 이 기술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구조로 거래의 신뢰성을 보장하며, 분산원장을 통해 중앙화된 데이터베이스가 가지는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한다. 이러한 특성은 특히 소매형 CBDC와 같은 소비자 간 소액 결제나 국제 송금 영역에서 매우 유용하다. 소비자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통해 투명한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으며, 거래가 안전하게 처리될 것이라는 신뢰를 가질 수 있다. 또 퍼블릭 블록체인은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와의 상호운용성을 강화할 수 있어, 국가 간 디지털 화폐의 호환성과 활용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는 점점 더 밀접하게 연결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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