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4차 공판서 재판부, “부정행위 범위 불분명”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 4차 공판에서 재판부가 검찰에 '부정행위'의 범위가 불분명하다며 마지막 공판에서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날 이사회 이후 주주총회 결의 단계와 주주총회 이후 상황에서 이뤄진 피고인들의 여러 부정행위들을 짚었다. 검찰 측이 피고인들의 여러 가지 행위를 부정하다고 지적하자, 재판부가 피고인들의 모든 행위가 자본시장법상 부정행위라고 볼 수 있는지 분명히 하라고 밝힌 것이다.

재판부는 “부정행위의 범위가 너무 넓고 대법원의 기준도 구체적이지 않다”며 “금융투자업자가 금투업 기준을 위반해 어떤 권유를 하는 등의 행위가 적절하지는 않지만 원심이나 변호인이 말하는 '부정성', '불법성'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1일 서울고등법원 형사 13부가 실시한 이 회장 항소심 네 번째 공판에서는 합병 전 자본시장법 위반이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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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관련 항소심 네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신영 기자)

검찰 측은 “자본시장법은 정보 비대칭을 악용해 투자자와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해하는 주요 사항의 공시, 시세 조정 등의 행위를 처벌한다”며 “사실이더라도 행위의 목적, 방식과 결합했을 때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볼 수 있으면 위법하다”고 말문을 뗐다.

피고인들이 합병에 유리한 정보를 조작해 여론을 선동하고 불리한 사실은 숨겼는지를 두고 변론이 이뤄졌다.

검찰 측은 “피고인 이재용이 합병 성사를 위한 긴급 대응전략 수립을 주도했다”며 “KCC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대가로 합병에 찬성하도록 하는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이 사실을 은폐했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배권 제약사항을 은폐한 것, 해외 투자자 의결권 자문사 접촉을 통해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는 점, 한화투자증권의 합병 분석보고서 작성에 개입한 점 등을 지적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이 회장은 골드만삭스가 자문사로 수임된 이후 골드만삭스 측과 연락한 것”이라며 “검찰이 이 회장의 역할을 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해외 투자자 의결권 자문사를 통한 허위 정보 공표에 관해서도 “합병이 지배력 강화와 전혀 무관하다고 홍보한 사실이 없다”며 “오히려 지배력 강화를 합병의 목적이자 중요한 기대효과로 공시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위반에 관해서는 “단지 어떤 정보가 허위 누락됐다는 이유만이 아니라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정보가 빠졌을 때 부정거래가 성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지적한 한국투자증권 보고서에 대해서도 “삼성 측 요구가 아니라 국민연금 요청으로 작성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항소심 마지막 변론기일은 오는 25일 진행된다. 재판부가 “시간 제약을 두지 않겠다”고 밝힌만큼 앞선 공판보다 긴 시간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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