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밸류업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시장 혹평 속에 공개된지 한 달이 지났다. 밸류업 지수에 투자하는 공동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가 이달 들어 투입됐지만 시장 반응은 아직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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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외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지 못한 종목의 기업가치 제고계획이 내용이 알차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수에서 제외됐던 SK텔레콤과 KT의 밸류업 공시에는 투자와 주주환원 사이의 자본배분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이미 배당 성향이 높은 만큼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가 외려 기업가치 제고에 영향을 준다고 본 셈이다.

KB금융의 공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거버넌스포럼은 KB금융의 밸류업 계획을 A+로 평가하며 “대기업들 KB금융에게 밸류업 기초부터 배우라”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KB금융은 그간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섰던 금융사다. 외국인지분율(78%)도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다. KB금융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 2대주주는 블랙록이다. 특정 주주가 아닌 이사회를 중심으로 경영판단이 이뤄지는 구조다. 주주환원에 적극적일 수 밖에 없다.

한국의 대기업은 여전히 소수 지분을 보유한 특정 주주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주주환원을 늘린다고 이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도 크지 않다. 지배구조에 따라 밸류업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이 크게 차이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밸류업은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

야당이 꺼내든 상법 개정안에 명확한 입장을 내놓는게 밸류업을 다시 살리기 위해 지금 당장할 일이다. 당초 목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주된 원인에 대한 정부의 해석을 내놓을 때다. 주주 충실 의무 도입으로 기업 경영권 침해 여지가 크다면 방어수단을 논의하면 된다. 지금처럼 단순히 배당만 늘리는 밸류업으로는 '국장'은 살아나기 어렵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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