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 기반 대화형 서비스인 챗GPT에 이어 몇 줄 설명만으로 동영상을 만들어주는 생성형 AI 서비스 소라(SORA)가 등장해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런 AI 기반 서비스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초거대 규모 데이터와 수십억에서 수천억 개 파라미터로 모델을 학습할 수 있고, 수백만 명 접속자들이 동시에 질의할 때 이를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가 필수다.
일례로 오픈AI는 2020년 챗GPT 서비스를 위해 28만5000개 이상 중앙처리장치(CPU) 코어와 1만개 A100 그래픽처리장치(GPU)로 구성된 슈퍼컴퓨터를 구축했다. 이로 인해 AI 처리에 최적화된 고성능 가속기와 분산 병렬 컴퓨팅 능력을 가진 슈퍼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슈퍼컴퓨터란 최고 성능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이용해 계산성능을 극대화시킨 고성능 컴퓨터들의 집합이다.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돼 왔는데 대표적인 예가 날씨 예보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슈퍼컴퓨터 '구루'와 '마루'를 이용해 지역 및 시간 단위로 날씨를 예측해 국민에게 제공한다.
일본은 재난재해 대비용으로 슈퍼컴퓨터 '후카쿠(Fugaku)'를 이용해 지진 발생 위치와 쓰나미 경로를 수 분에서 수십 분 전에 예측해 대피명령을 내리고 있다. 미국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바이러스 퇴치를 목적으로 슈퍼컴퓨터 '서밋(Summit)'을 이용해 분자 상호작용을 시뮬레이션함으로써 단 며칠 만에 8000개 화합물을 선별하고 바이러스 치료에 유망한 77개 화합물을 찾아내기도 했다.
슈퍼컴퓨터는 현재 활용에 그치지 않고, 고성능 가속기와 AI 모델을 지렛대 삼아 더욱 더 방대한 규모 데이터를 이용해 실시간 서비스 분야로까지 쓰임새가 확대될 전망이다.
예컨대 실시간 AI 처리를 통해 운전자 없는 드론 택시가 하늘에서 충돌없이 안전하게 운행되는 데 활용될 것이다. 아울러 레벨 5 자율주행차와 일반 자동차가 혼재하는 도로에서 교통흐름을 제어하고 보행자와 운전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도 쓰일 것이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현실·가상 차이를 느낄 수 없도록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케도 해 줄 것이다.
주목할 점은 2022년 엔비디아의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GTC)에서 'AI의 미래' 토론에 참석한 AI 석학들이 입을 모아 AI의 예측성(prediction)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메타의 얀 르쿤은 “딥러닝 예측성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 확장 이상 보다 높은 수준의 인지와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I 예측에 현재보다 강력한 컴퓨팅 능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더욱이 AI 모델은 과학과 산업 분야를 넘어 고령화 시대 사회문제 연구, 글로벌 기후 변화 예측 등과 같이 다양한 분야로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AI 기술 발전에는 슈퍼컴퓨터가 필수다. 이런 이유로 기술 패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주요 선진국에서는 민간뿐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예산·인력을 지원하며 슈퍼컴퓨터를 개발하며 활용하고 있다.
도로·철도·항만이 20세기 산업혁명 시대에 서비스 제공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국가 핵심 인프라였다면,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는 AI와 슈퍼컴퓨터가 이런 인프라 역할을 대체할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슈퍼컴퓨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략 마련에 힘쓰고 있다. 슈퍼컴퓨터는 이제 '미래를 대비하는 국가 핵심 인프라'라는 인식과 함께 어떻게 자체 개발기술력을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논의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박유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슈퍼컴퓨팅시스템연구실 책임연구원 parkym@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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