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의 Digital 트렌드] 〈16〉스토리 기반 연결성의 역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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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HSAD 신사업추진 담당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이유는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고 스토리를 가지고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호모 사피엔스 이전 네안데르탈인이나 침팬지와 같은 유인원 등도 무리 간에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은 있었으나, 인간처럼 이야기의 연결성을 갖지는 못했다.

인류는 서로 간에 알지 못해도 이야기를 통해서 서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힘을 키워오면서 문명을 개척해왔다. 이야기를 통해 문화와 종교를 일으키고, 기술을 발전시키며 지금 시대의 풍요로움을 만들어온 것이다.

스토리를 통해 강한 연결성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는 '성경'을 들 수 있다. 성경안에 담고 있는 신앙적 가르침과 윤리적 원칙을 신자들에게 전하는 풍부한 서사 즉, 스토리텔링이 약 14억 인구에 달하는 전 세계 카톨릭 신자를 하나로 연결한 것이다. 이들은 서로를 알지 못해도 종교가 제시하는 스토리에 공감하며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수많은 영향력 있는 인물들도 스토리를 통해 추종자를 만들었다. 유명인이 가진 신념과 가치는 유명인의 스토리를 더욱 공고히 하며, 유명인들이 가진 스토리에 열광하는 팬덤들에 의해 유명인들의 이름은 개인의 전유물이 아닌 하나의 집합체의 것이 되기도 한다.

유명한 예로 아버지의 명성을 등에 업고, 주변 사람들을 본인의 뜻대로 움직이고자 했던 아들 바실리를 꾸짖었던 스탈린이 “너는 스탈린이 아니고 나도 스탈린이 아니다. 스탈린은 소련을 표상하는 권력의 절대어다” 라고 조언한 일화가 있다. 스토리가 담긴 개인의 이름이 얼마나 큰 팬덤을 형성하고 추종자를 만들 수 있는지 알려주는 대표적인 일화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상품이나 서비스도 이야기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브랜드와 연결된 사람들과 보다 더 많은 스토리를 제작하고 발전시켜 개인과 브랜드의 관계를 공고하게 만든다. 디지털 채널이야말로 이러한 스토리의 힘으로 연결성을 구축하기 가장 적합한 채널이다. 이미 많은 소셜 미디어 등에서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개인과 브랜드를 연결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다만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소셜 미디어 활동이 다양해지면서 개인과 브랜드의 연결을 위해 허구적인 스토리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자극적인 소재, 확인되지 않은 전문가의 의견, 확연히 드러나는 의도성을 가진 잘못된 정보가 많은 사람을 현혹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기에 스토리의 허구성을 구분할 수 있는 역량은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온라인 플랫폼들 또한 보유한 알고리즘이 플랫폼 이용자의 이용행태를 잘못 인식하게 되면, 사람들에게 더 편향되고 잘못된 스토리를 전달해 브랜드 또는 개인의 평판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잘못된 스토리에 반복 노출되다 보면 해당 정보가 진실처럼 느껴지기 시작해 그 정보를 나의 연결자에게 공유해도 윤리적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허구적인 정보에 휩쓸리는 정보 좀비가 되지 않으려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인지 능력 개발, 정보를 토대로 결정을 내리는 역량 강화 등을 통해 확증 편향을 방지할 수 있는 디지털 정보 소비 수준 강화가 필요하다. 허구적인 스토리의 발생과 확산을 예방하는 기술적인 차원의 소셜 미디어 정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김경진 HSAD 신사업추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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