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차 화재 방지 대책으로 추진 중인 '스마트 제어 완속충전기' 사업이 민감한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기차 화재예방 분석·통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자의 개인정보공개동의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환경부가 충전기 보조금 지침에 따라 수집하겠다고 밝힌 차대번호, 주행거리가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답변을 받았다”며 “수집목적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국내 신규 보급되는 스마트 제어 완속충전기는 전기차 충전기에 전력선을 매개로 한 데이터 통신모뎀인 PLC(Power Line Communication)가 탑재돼 차량-충전기-중앙 서버간 정보를 전송하며 과충전을 제어한다. 충전중 차량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통신장치를 통해 화재를 막겠다는 취지다. 환경부는 우선 2만대를 시작으로 기존에 설치돼있는 완속충전기 33만여 대에도 2030년까지 PLC 탑재를 적용해나갈 계획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민감한 개인정보가 수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전기차를 구매할 때 이름, 연락처, 주소가 수집되어 환경부, 지자체, 환경공단에 보관되고, 충전 카드 발급시에는 회원 카드번호, 이름, 차량번호, 주소, 휴대전화 번호가, 충전시에는 회원 카드번호가 수집된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스마트 완속충전기 사업을 통해 차대번보, 누적주행거리, 배터리 상태 정보를 추가 수집하겠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강 의원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차대번호, 누적주행거리 등 전기차 상태정보는 이미 보유한 성명, 주소, 연락처 등 다른 정보와 결합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경우, 개인정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충전기 위치정보, 카드결제정보, 전기차주 정보, 주행거리 정보 등이 결합되면 불특정 다수의 사생활이 노출될 우려가 발생한다”며 “차량 개인정보 문제는 기존 화석연료 차량에서 없었던 새로운 이슈이므로 전기차, 충전기 보급사업과 관련한 개인정보 법령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만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공공기관은 법령 등에서 정한 업무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 수집하되, 최소한의 수집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일영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PLC를 탑재한 완속충전기는 개인정보를 추가 제공하지 않아도 급속충전기처럼 화재예방 충전제어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면서 “다만 스마트폰과 연계한 전기차 화재예방분석·통보서비스를 비롯한 부가서비스는 차대번호 등 개인정보가 필수적인 만큼 개인정보동의 절차를 거치겠다”고 답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