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영덕 IBS 지하실험 연구단장 “기초과학 국제 협력 주효…伊와 우주 비밀 규명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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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덕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 연구단장

“국제 협력은 기초과학 분야에 특히 도움이 됩니다. 교류·협력 과정에서 성취를 확고히 하고 성과를 검증할 수 있습니다. 이번 이탈리아와의 협력이 우리가 세계적인 성과를 내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지하 실험 시설 '예미랩'을 활용해 암흑물질·중성미자 관측에 힘쓰는 김영덕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 연구단장은 이탈리아 기관과의 협력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IBS는 지난달 말 이탈리아 토리노대, 국립핵물리연구소(INFN) 및 산하 그란사소국립연구소(LNGS)와 협력 소식을 전했다. 김 단장이 협력 물꼬를 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3명을 배출한 토리노대와는 물리학·신경과학·화학·수학 공동 PhD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총 16명 학생이 토리노대에서 박사과정 교육을 받고 IBS에서 연구 경험을 쌓는다.

김 단장은 “토리노대 측에서 올 초와 여름 IBS를 찾아 관계를 다졌다”며 “토리노대 교수진이 우리 연구진으로, IBS 연구진은 해당 대학 방문 교수로 활동하는 교류도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프로그램을 다른 기초과학 선진국 기관과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INFN·LNGS와의 협력도 함의가 크다고 했다. INFN은 이탈리아 최고 기초과학 연구기관이다. LNGS는 예미랩과 같은 지하 실험 시설로, 세계적인 연구역량을 자랑한다.

김 단장은 “2014년 입자와 이론 물리 분야 연구 교류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2019년에 이어 지난해 이를 연장했다”며 “기관 결이 비슷하고 유사 실험을 해 오래 협력을 이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력의 장에서는 협력 창구인 '글로벌 연구센터' 설립을 중점 논의했다.

김 단장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사이 '인터네셔널 센터'를 따른 것”이라며 “내년 본격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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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덕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 연구단장

암흑물질·중성미자 연구 협력도 이뤄진다. 암흑물질은 우주 내 근원을 알 수 없는 중력 효과로, 우주 상당 부분을 채우는 질량 요소지만 정체를 알 수 없어 암흑물질로 부른다. 중성미자는 아주 작은 질량을 가진 기본 입자로, 최근 많은 실험에서 관측됐지만 아직 몇 가지 중요한 성질들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들 모두 우주 이해의 핵심으로, 예미랩과 LNGS가 탐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암흑물질의 경우 LNGS가 후보물질인 '윔프' 연구를 30년간 진행, 존재 징후 발견을 주장해 왔다. 다만 6년에 걸친 IBS, 스페인 연구진 연구에서는 해당 신호를 검출하지 못해 의견이 갈린다.

김 단장은 “그동안 검출기 종류가 달라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IBS의 기술로 만든 아이오딘화나트륨(NaI) 결정 원료를 활용, 더 정밀한 조건에서 검증을 진행해 암흑물질 실체에 다가설 것”이라고 전했다.

중성미자도 IBS의 관련 '아모레 실험', LNGS '큐비드 실험' 간 인력이 오가는 연구 협조가 이뤄진다.

김 단장은 공동 연구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우주 파악은 인류 공통의 목적으로, 다국가간 협력에 이견이 없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이 고군분투하는 우리나라는 국제 협력이 주효하다”고 말했다.

이번 협력이 우리의 성장을 방증한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소위 '깜'이 안 되면 이탈리아 연구진의 주목을 받지 못했을 거란 얘기다.

그는 “이탈리아도 IBS의 좋은 시설, 훌륭한 연구자들을 알기에 인적 교류나 협력 연구가 진행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앞으로 역량을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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