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와 카말라 해리스 두 후보 모두 공약을 실현하면 미국의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전망이다. 이로 인해 미국 국채금리가 움직이면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또한 중국에 대한 관세율 상향 조정 등은 공급망을 취약하게 할 수 있어 인플레이션 우려마저 있다.
먼저, 트럼프의 공약은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한 성장에 방점을 둔다. 미 의회예산국 추산에 따르면 트럼프가 2017년 시행한 감세안이 연장되면 향후 10년에 걸쳐 재정적자가 4조6000억 달러 이상 증가한다. 트럼프는 감세로 인해 줄어드는 세수를 중국에 대한 관세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이 무역 경로 다변화 등으로 이를 회피할 경우 재정수입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중기적으로 물가를 상승시킬 요인으로 꼽힌다.
해리스의 공약 또한 트럼프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재정 적자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해리스는 트럼프의 감세안을 종료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중산층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로 지출을 늘릴 계획이다. 연방예산위원회는 해리스의 공약은 향후 10년간 1조7000억 달러 재정 적자를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악화되고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한국 채권 또한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을 초래한다.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건 관세 인상안은 주요국 간 무역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도 있다. 글로벌 공급망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중동사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약화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의 대(對) 중국 관세 인상, 이에 다른 중국의 보복 조치 등이 이어지면 교역 감소, 생산지 변경에 따른 비효율 등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주요국 관세 인상의 교역 영향' 보고서를 통해 “저비용 생산지를 교체하면서 수입물가가 상승하는 효과로 저인플레 유도 기능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며 “보호주의로의 회귀는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저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대선을 앞두고 금리도 관심사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대선 직후인 6, 7일 동안 개최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9월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으며, 11월 인하 여부 및 폭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커졌다. 연준 고위 인사들 사이에서 금리인하 속도 조절 필요성이 제기된 만큼 또 한차례의 빅컷을 단행하기보다 통상적인 속도인 0.25%P를 낮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준의 움직임은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준다. 한국은행은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P 낮췄으며,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경제 회복이 더딜 경우 추가 인하를 고민할 때 연준의 움직임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