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주가와 실적이 최고점을 향해 달린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됐지만, 은행 예대마진에는 큰 차이가 없어 연간 실적 경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횡재세' 논의도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우리금융 주가는 2분기 이후 주가 하락분을 대부분 회복하며 최고점 턱 밑까지 치고 올랐다. KB금융 9만5600원, 신한지주 5만7800원, 하나금융 6만4400원, 우리금융 1만6570원으로 각각 52주 최고가 근처에 위치했다.
은행주가 강세인 것은 3분기까지 대출 증가에 따른 호실적과 이달 한국은행 기준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이 금리 상승 기조를 유지 중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 올해 합산 기준 당기순이익 예상치는 16조6427억원에 이른다. 기존 사상 최대인 2022년 합산 당기순이익(15조6503억원) 대비 1조원 가까이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다. 증권가는 4대 금융지주 당기순이익이 3분기에만 합산 4조6504억원으로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세가 호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내렸지만,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내리지 않는 것도 4분기 전망에 긍정요소다. 은행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하락한 지난 11일 4대 시중은행 주담대 고정(혼합형) 금리(연 3.81~5.73%)는 상단 기준 연 6% 직전까지 상승했다.
시중은행은 오히려 가산금리를 활용해 금리를 올리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은 14일부터 5년 고정 혼합·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0.16%p 인상했다. SC제일은행도 같은 날 주담대 금리를 상품 종류에 따라 0.05~0.25%p 올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계속 가계부채 관리 주문을 내놓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이익 환원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은행을 겨냥해 '횡재세'를 발의했다. 은행 등 금융회사가 일정 기준 이상 이자수익을 냈을 경우 초과이익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부담금을 징수하자는 것이다.
이 법안은 21대 국회가 종료되며 자동폐기 됐지만 불씨는 살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은 은행 출연금을 늘리고 세금 혜택을 줄이는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과 '은행법 개정안' 등 '유사 횡재세'로 불리는 22개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국정감사에서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위원이 “고금리로 은행만 배부르고 있다”고 지적하자 “횡재세 도입은 경제 원칙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