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반도체, 삼성전자만의 위기 아니다

역대 산업부 장관들이 일제히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경고한 것은 최근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부진 때문만은 아니다.

국가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 벌어지면서 미국·중국·일본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반면 우리 정부는 세액공제 같은 간접지원에 머물러 지원 구조가 상당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는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의 D램 웨이퍼 투입량은 10%를 넘었고 낸드에서는 13%를 넘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며 “우리 정부가 총력을 기해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 이제는 기업 혼자의 힘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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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가 주최한 역대 산업부 장관 초청 특별대담이 1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렸다. '반도체 패권 탈환을 위한 한국의 과제'를 주제로 특별대담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 이창양 전 산업부 장관,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 성윤모 전 산업부 장관, 이종호 전 과기정통부 장관.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천문학적 AI 반도체 투자…정부 '직접지원' 절실

AI 반도체 시대는 한국이 확고한 글로벌 경쟁 우위를 가졌다고 믿어온 메모리반도체 기술 경쟁력까지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 기회이자 위기를 가져왔다. 미국·중국·일본이 최신 공정 도입과 안정적인 반도체 확보를 목표로 대규모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은 AI 반도체 생산에 드는 수십조원 이상의 천문학적 인프라 투자금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사실상 개별 기업 자체로 투자금을 마련하는 데 한계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윤호 전 지경부 장관은 “직접 보조금 지급에 주저하고 있는 우리 정부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며 “지금보다 훨씬 대규모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은 우리 정부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직접환급제(다이렉트 페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직접환급제는 기업이 받을 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제도다. 납부할 세금보다 공제액이 크거나 적자로 인해 납부할 세금이 없어도 공제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보전해줘 세액공제보다 유동성 확보에 유리하다고 평가받는다.

글로벌 주요 국가들은 반도체 생산시설에 폭탄 수준의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은 390억달러(약 53조원), 일본은 2조엔(약 17조원), 유럽연합(EU)은 430억유로(약 64조원) 집행을 각각 발표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우리는 보조금이 없고 간접지원에 머물고 있어 반도체 패권전쟁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구도에 처했다”며 직접 환급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창양 전 장관은 “질 높은 인재는 국가의 공용자원인 만큼 기업의 인력 투자에 대해서도 정부가 상당 규모의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세제혜택을 크게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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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첨단산업(반도체) 지원 현황 (자료=대한상공회의소)

◇삼성 위기 '생태계 강화·조직문화 개선'으로 헤쳐야

이날 참석한 역대 장관들은 최근 불거진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위기에 대해 '실질적인 산학연 협력'과 '조직문화 개선'을 해법으로 제언했다.

이종호 전 과기정통부 장관은 “앞으로 나올 신기술을 한 기업이 모두 대응하기는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는 주변 기업과 어떻게 협력하느냐가 중요한 마인드셋”이라고 말했다.

윤상직 전 장관은 “인텔과 삼성의 위기 구조는 완전히 다르고 삼성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구조”라며 “삼성이 리더십을 갖고 지금과 다른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양 전 장관은 “현 위기를 기회 삼아 더 큰 도약을 위한 새로운 목표 설정을 시도할 때이며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본다”며 “상대적으로 취약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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