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정된 '클라우드법'이 시행된 지 내년이면 10년이다. 불모지였던 국내 클라우드 시장 개척을 위해 시행된 이 법의 핵심은 공공 클라우드 이용 활성화였다. 당시 공공분야의 민간 클라우드 도입률은 0%였다. 정부는 2018년까지 이를 4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2023년 행정·공공기관 클라우드컴퓨팅 수요예보'에 따르면 행정·공공기관 클라우드 이용률은 약 18%다.
물론 지난 10년간 국내 클라우드 산업이 정체됐던 것만은 아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점유율과 영향력은 지속 커졌지만 더불어 이를 지원하는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제공자(MSP)가 동반 성장했다. 메가존, 베스핀글로벌 등 주요 MSP는 최대 조 단위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이 됐다. KT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 NHN클라우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토종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도 공공·민간에서 고객사를 확보하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패키지 소프트웨어(SW) 기업도 빠르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전환하면서 공공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도 성장했지만 여전히 외산 공세는 거세다. 대기업은 이미 AWS가 장악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클라우드 등 외산 후발주자도 빠르게 국내서 성장하고 있다. SaaS도 마찬가지다. 세일즈포스, 워크데이 등 분야별 글로벌 1위 기업이 몇 년 전부터 영향력을 넓히며 국내 대형 고객을 싹쓸이하는 분위기다.
지금이야말로 공공 시장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토종 클라우드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힘을 기르기 위해선 공공이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면서 성장 발판을 제공해줘야 한다. AWS, MS, 구글 역시 모두 초창기 미국 정부가 도입·사용하면서 성공 사례를 만들고 기술력을 쌓을 수 있었다.
그동안 국산 클라우드 기술력에 의문을 제기하던 이들도 최근에는 토종 서비스를 도입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코로나 팬데믹 기간 네이버클라우드, 와탭랩스 등 국내 클라우드 기업의 빠른 대응과 안정적 서비스 제공은 공공 내 토종 클라우드 기술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공공 클라우드 시장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범부처 협력이 중요하다. 공공 발주자 측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와 산업을 지원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안을 총괄하는 국가정보원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공공 시장은 이들 부처간 협업 없이 성장하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최근 국정원이 발표한 새로운 보안체계에 따른 클라우드 보안 정책 변화는 공공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산업을 총괄하는 과기정통부와 이에 영향을 받는 행안부가 국정원과 함께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정책 엇박자로 클라우드 시장 혼란만 초래할 것이다.
이미 업계는 내년 공공 시장 축소를 우려한다. 외국계 기업에 시장이 다 열릴 수 있다는 두려움도 크다. 경쟁을 피할 순 없지만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이제 막 공공에서 국산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한 만큼 공공에서 좀 더 성공사례를 만들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민간이나 글로벌 시장에서도 외산과 경쟁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행안부, 과기정통부, 국정원이 공공 클라우드 '원팀'이 돼 토종 기업이 지치지 않고 나아갈 동력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