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사태는 '선불전자지급 수단발행업(선불업)'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에 경종을 울리며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15일 선불업 등록과 관리·감독 강화를 담은 전금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선불업계 눈치싸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전금법 개정안은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막기위해 선불업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보호 관리를 충실히 하는데 중점을 뒀다. 선불업 등록 기준을 강화해 자본규모, 안전성 및 보호 장치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한다. 선불충전금은 100% 이상 전액을 별도 관리해 충전금 유용을 막고, 과도한 할인이나 발행을 제한하는 조치도 포함됐다.
이러한 가운데 선불업 등록 대상이 확대됨에 따른 업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금법개정안은 규제 사각지대를 방지하기 위해 선불전자지급수단 업종 기준을 삭제하고, 선불업 규제 범위 확대했다. 이용자 보호의무가 적용되는 선불업 등록대상을 구체화함에 따라 유통, 플랫폼, 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업종에서 선불업 등록 의무가 강화 됐다. 선불업 등록을 위해 법무법인과 금융당국에 문의도 빗발치는 상황이다.
선불업 등록 요건이 까다로워짐에 따라 중소형 사업자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선불업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자본금 20억원 이상, 전산업무 종사 경력 2년 이상 임직원 5명 이상, 정보보호시스템 등 요건을 갖춰야한다.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업체에는 부담이 가중되고, 신규 사업자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는 안정적 선불업 등록이 가능하도록 가맹점 계약 등 규제 준수에 필요한 기간 등을 고려해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지만, 내년 3월까지 등록을 마쳐야하는 업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와 안전성 강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규제 범위 밖에 있던 업체들이 강화된 선불업 등록 요건을 갖추기에는 품도 많이 들고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강화된 등록 요건으로 향후 신규 사업자 진입도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일부 지급결제대행(PG)사들은 '선불예치금 대행관리' 등 신규 사업 모델을 구상 중이다. 자체적으로 선불업 라이선스가 어려운 기업을 위해 고객 예치금을 대리 신탁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네이버클라우드, 헥토파이낸셜, 코나아이 등 다양한 업체가 해당 서비스를 검토하는 상황이다.
다만 금융당국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서비스 구현이 가능할 전망이다. 전금법 개정안에 따라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주체와 서비스 주체가 달라 소비자를 오인케 하거나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연의 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 여부 등에서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리라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이슈에 대해 인지하고, 해당 서비스 모델을 검토해 입장을 밝힌다는 방침이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