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스타트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이와 더불어 현 정부 들어 정부 주도의 인공지능(AI) 대회가 중단되거나 축소되어 관련 기술 기업과 연구자들에게 제공되던 소중한 기회가 사라졌다.
국내 대표적인 AI 대회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AI 온라인 경진대회와 AI 그랜드 챌린지가 있다. AI 온라인 경진대회는 영상, 언어, 수치처리 등 사업화 가능성과 경제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20개 문제를 온라인에 제시하고, 대회 기간 내 리더보드를 운영해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팀을 선발하는 방식이었다. 선정된 기업은 최대 3억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으나, 이 대회는 2022년 4회를 끝으로 종료되었다.
그랜드 챌린지는 AI 기술로 제시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한 사전 연구를 바탕으로 실력을 겨루는 도전·경쟁형 경진대회였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여러 단계에 걸쳐 진행되었고, 대회명에서 알 수 있듯 지원금 규모도 매우 컸다. 그러나 2023년 들어 사업비가 대규모 축소되면서 기존 연구가 힘을 잃었다.
이러한 대회들은 AI 기술 인재와 기업의 매칭 기회를 제공한다. 기업은 어느 정도 검증된 기술 인재들을 찾을 수 있고, 개인은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다. 취업이나 구직이 아니더라도, 대회에 참여하면서 참가자는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고 향상시킬 수 있다. 과제 분석, 데이터 분석, 학습 데이터 디자인, 모델 선정, 학습, 평가, 전체 계획 수정 등 기계학습의 싸이클을 대회 기간 내에 반복하면서 압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2024년, 바야흐로 LLM 시대를 맞아 정부는 향후 어떤 AI 대회를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 '어떻게'에 대해서는 다음에 논하기로 하고, 필자는 어떤 주제의 대회가 좋을지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한다.
첫째, 데이터 중심(Data-centric) 대회다. AI 4대 석학 중 한 명인 앤드류 응 박사가 2021년 이와 같은 대회를 제안한 바 있다. 보통 대회는 주최자가 데이터를 제공하고 참여자가 모델을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반면, 앤드류 응 박사가 개최한 대회에서는 주최자가 모델을 지정하고, 참여자들에게 데이터를 변형하고 가공하도록 요구했다. 이러한 대회를 통해 참가자들은 모델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경량화 챌린지다. 앞서 언급한 AI 그랜드 챌린지에서 2020년 경량화를 주제로 삼은 바 있다. 2024년 현재, 경량화의 중요성은 4년 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 현재는 클라우드 기반의 대형 모델과 기기 장착형 소형 모델이 공존하는 시대다. 기기에 탑재할 때 동일 성능일 경우 크기가 작을수록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대형 모델이 글로벌 기술 기업 몇몇에 의해 주도된다면, 우리는 전략적으로 작은 모델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경량화 챌린지가 이러한 전략적 방향성을 인도할 수 있다.
셋째, AI 안전성 대회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4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레드팀 챌린지가 열렸다. 'AI 레드팀'은 LLM에 의도적으로 유해한 내용의 대화를 유도해 안전성을 검증하고 취약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의미한다. 참가자들은 이틀 동안 네이버, SK텔레콤 등 여러 기업의 모델의 취약성이나 약점을 공략하는 선한 악함을 수행했다. 대회는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사람이 일일이 공격 시나리오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시스템을 공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스타트업 튜닙에서 공개한 '조커' 모델이 그러한 예다. 조커는 비난, 학대, 범죄, 차별, 증오, 성희롱, 폭력 등 7개 카테고리별로 시스템을 공격하는 악당 챗봇이다. 다음 레드팀 챌린지는 이러한 공격 모델이나 적절히 대응하는 착한 챗봇을 참가자들이 만들도록 하여 본격적인 기술 경쟁을 유도하면 어떨까 싶다.
정부 주도의 AI 대회는 기술 발전과 공정한 경쟁을 위해 계속돼야 한다. 예산과 실효성 문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대회 형태를 도입함으로써 인공지능 분야의 발전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박규병 튜닙 대표 ryan.ai@tunib.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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