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인구구조 전망은 매우 우울하다. 인구감소가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인구감소의 주요 원인이 저출생에 기인한다는 사실은 경제전망도 우울하게 만든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2040년대에는 우리나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진입한다는 것이다. 급속한 저출산과 고령화 속에 국내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이 0%대로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다양한 인구정책을 시행했지만 출산율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민정책과 더불어 기술혁신을 주요 대응책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그 방향성에 대한 논의는 부족해 보인다.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기 이전에는 기술혁신이 인구증가의 원인을 제공해왔다. 18세기부터 시작된 1~3차 산업혁명을 거쳐 세계인구는 10억명에서 80억명으로 증가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수명이 연장되고, 사망률이 감소했으며, 도시화로 인해 사회적 교류가 활발해졌고, 경제활동 증가로 인해 인류가 자원을 획득하고 후세대에 물려줄 잉여자본이 생기는 등의 요인이 인구증가를 견인했다.
우리나라도 기술혁신과 경제성장기를 거치며 폭발적인 인구증가가 이루어졌다.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지만 경제성장에 의한 사망률 감소와 평균수명 연장으로 인구 성장이 지속되어 왔다. 20년 주기로 살펴본다면 1953년 최빈국수준이었던 우라나라의 1인당 GDP는 66달러였으며 비슷한 시기인 1955년경 출산율은 6.33명, 평균수명은 48세였다. 1973년에는 1인당 GDP 321만원, 출산율 4.07명, 평균수명은 63세였다. 1993년에는 1인당 GDP 1460만원, 출산율 1.65명, 평균수명 73세, 2013년에는 1인당 GDP 2998만원, 출산율 1.2명, 평균수명 81세다. 현재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 정도다.
우리나라의 기술혁신과 경제성장은 인구증가와 연계되어 있지만 급속한 경제성장기였던 1983년 2.06을 기록한 이후 출산율은 인구유지 수치를 밑돌며 급속하게 하락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1.2~1.6의 수치를 유지하던 출산율이 최근 4~5년간 급격하게 감소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현재 진행되는 고도의 기술혁신이 1~3차 산업혁명과 같이 사회 전반에 걸쳐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볼 수 있다. 노인빈곤율 43.4%, 30대 여성 미혼율 30% 등의 수치가 주는 의미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많은 기술선진국이 인구감소 현상을 겪고 있으며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현시점에서는 기술혁신이 생산성 증가와 부의 창출에 의한 인구증가의 요인이 되지 못하고 인구감소의 대응책으로 역할이 변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산성 향상에 따른 경제부흥과 인구증가로 연결되던 기술혁신이 인구감소에 따른 생산성 저하를 보완할 도구로서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기술혁신정책에 인구감소 및 생산인력 감소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려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교육, 재취업, 창업 등 다양한 지원책, 자본의 질적 요소 강화와 함께 R&D를 통한 기술혁신도 중요하다. 단, 생산성 유지를 위한 기술혁신의 방향은 기존 연구개발(R&D) 정책과 차별화되어 진행될 필요가 있다.
디지털전환에서 많은 분야의 일자리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에 의해 양질의 일자리가 먼저 사라지거나, 데이터와 기술의 집중으로 대다수의 사회구성원이 기술혁신의 혜택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감소하는 인구와 디지털전환이 최적의 조합으로 생산성 유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단순하게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기보다는 인간과 정보기술(IT)의 조합이 최적의 생산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기술혁신이 추진되어야 한다.
박지영 경제사회연구원 원장·서울대학교 객원교수 jyp2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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