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딥페이크, 범죄가 될 수 있는 AI시대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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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형사 변호사로서 현장의 일선에 있다보니 범죄의 양상이 변화하는 것을 체감한다. 인간을 단순 작업에서 해방시켜 줄 것이라는 인공지능(AI)시대의 장밋빛 전망 뒤에는 빛나는 장점만큼이나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디지털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준다. 대학생, 직장인 같은 평범한 일반인, 10대 학생들까지 피해자가 되며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그 가해자가 내 주변의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일상의 평온을 해치는 요소다.

딥페이크 기술은 AI를 이용해 사진이나 영상을 조작해 허위 영상을 만드는 기술이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의 통계에 따르면 허위 영상물 편집 및 반포 사건의 접수 인원이 전년 동기 대비 157.1% 증가했다. 사이버 범죄는 전체 범죄 중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정보통신망 이용 범죄가 9.3% 증가했다.

디지털 범죄를 막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현재 한국의 법체계는 디지털 범죄에 대한 처벌이 미비한 상황이다. 텔레그램 등 주로 해외 플랫폼을 이용한 범죄가 많아 범죄의 증거 수집이 어렵다. 아직 허위 영상물 소지에 대한 처벌은 없을 정도로, 딥페이크와 같은 새로운 범죄 유형에 대한 법적 대응이 부족한 현실이다.

둘째, 디지털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범죄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거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 피해자들이 신고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피해자들이 신고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아 애초에 수사기관이 인지하지 못하거나, 혹은 뒤늦게 신고한 후에도 보존 기간 등의 이슈로 증거 수집의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셋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범죄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성범죄는 기존의 범죄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수사 방식 등은 아직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법적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디지털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는 처벌되지 않고 있는 허위 영상물 소지죄 등의 신설이 필요하다.

시민 교육과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시민들이 디지털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피해자 지원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말보다 스마트폰을 먼저 떼는 젠지세대에게는 이미지를 통한 소통이 일상적이다. 학교와 사회에서 디지털 범죄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타인의 이미지를 활용한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경찰과 관련 기관의 협력을 통해 신속한 수사와 범죄 예방을 위한 기술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AI를 활용한 범죄 예방 시스템을 도입해 범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최첨단 기술의 도입도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들이 스스로의 피해를 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피해 회복을 신속하게 할 수 있는 불법영상물 삭제 등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는 이제 모두의 문제가 됐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는 생각으로 제도 및 인식개선이 적시에 이뤄져 AI 시대의 그림자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안소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amyinsou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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