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직격탄을 맞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를 위한 연착륙 방안 일환으로 이런 저런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파헤쳐보면 탁상행정의 표본, 금융사에 책임을 모두 전가시키려는 '책임 회피'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합리적인 PF사업성 평가를 유도하기 위해 사업성평가기준을 개선했다. 또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성실한 부동산PF시행기업에 대해 이자감면과 유예 등 대책도 내놨다. 지난해부터 '자율협약'이라는 전제 아래 정부는 금융사 대주단이 PF대출에 물려있는 많은 사업자들과 협의해 이자 유예 등 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이 자율협약을 악용해 대주단 금융사들이 탐욕적인 사적 이윤을 추구하거나 아예 공매 등을 통해 시행인허가권을 빼앗으려는 사례가 줄지어 나타나고 있다. 실제 본지에도 탐욕적인 금융 행위를 일삼고 있는 금융사의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제보가 잇따른다.
시장에서 탐욕의 금융으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 증권사 대한 민원이 제기됐다.
“막대한 이자를 연체한번 하지 않고 꾸준히 납부했습니다. 유동성이 악화되면서 이자감면과 유예 등을 요청했고, 모든 기준에 부합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어떠한 이야기도 없이 거절당했습니다.
결국 성실하게 사업에 임한 전국 수많은 PF사업자는 정부 지원방안이 발표됐음에도, 자금을 지원하는 기준과 원칙은 전무했다.
원주 소재 한 PF시행사 대표는 “이자후치(이자유예) 등 정부 지원대책이 나왔지만 시행 금융사가 오히려 정부 방안을 지키지 않아 줄도산 위기에 놓여있다”며 “일부 금융사는 제대로된 평가기준 없이 PF를 결손 처리해 버리는 일도 증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목 좋은 PF사업장의 경우 금융사가 '시장에 잘 팔릴것 같은 물건이면 지원을 모두 끊고 가져간다'는 아이러니한 탐욕적인 금융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모두 프로젝트가 부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지표를 대주단 금융사가 통째로 맡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논리로 풀어야할 사안과 정부 공적 기능이 들어가야할 프로젝트가 분리가 안돼 있다.
지난 6월말 기준 전 금융권 PF익스포저는 216조원을 넘어섰다.
부실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에 개선된 사업평가기준을 적용하기에 앞서, 금융사들이 제대로된 사업평가를 하고 있는지, 정부 연착륙방안의 핵심축인 사업자 규제 완화, 이를테면 이자유예와 감면 등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전수조사라도 먼저 해야 할 것이다.
일부 금융사가 평가기준 없이 무조건 지원하지 말라는 비상식적인 PF지원 방식은 사라져야 한다. 또한 PF심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실행할 수 있는 조직단위 시스템이 마련해야 한다. 금융사의 잇속으로 좌지우지되는 PF지원실행방안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허울뿐인 부동산PF 연착륙이 아닌 실제 시장에서 돈이 돌고, 부실을 털어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할 때다.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