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2024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의 검색순위 조작을 이유로 약 15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쿠팡을 검찰 고발하기에 이르렀는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3가지 검색순위 노출 알고리즘을 이용해 중개상품을 배제하고 최소 6만4250개의 자기 상품(직매입상품 5만8658개, PB상품 5592개)을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한 게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알고리즘이 법정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가 2012~2020년 자사 스마트스토어 경쟁사들에 불리한 방식으로 네이버쇼핑 검색 알고리즘을 부당하게 조정했다고 판단해 26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2023년 6월 카카오모빌리티가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가맹 택시를 우대했다는 이유로 27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유사한 소송은 외국에도 있다. 호주의 경쟁 및 소비자 위원회는 여행 포털 트리바고의 알고리즘이 순수하게 가격만 비교하는 게 아니라 수수료도 고려해 상단 추천하는 것임에도 트리바고는 마치 가격만 비교해서 추천하는 것처럼 광고하였는 바, 이는 사기 또는 오인 표시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위 소송들은 알고리즘 결과가 어느 정도 의도된 것인 반면, 알고리즘에 의한 결과가 의도된 것인지 모호한 경우의 소송도 존재한다.
테러 사고로 사망한 미국 유족들이 유튜브, 트위터 같은 온라인 플랫폼들의 알고리즘이 테러 관련 콘텐츠를 추천한 것이 이라크와 시리아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를 돕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2023년 5월 미국 연방대방원은 온라인 플랫폼들이 수년 동안 IS 집단이 자신들이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금지하지 못했다는 점만으로는 테러 공격을 지원했다고 간주하기 힘들다면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리고 2023년 10월 미국 41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는 캘리포니아주 지방법원 및 연방법원에 메타를 고소했는데 소셜미디어 회사 메타가 알고리즘 등을 이용해 청소년이 자사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중독되도록 유발했다는 주장이다. 이 주 정부들은 메타가 알고리즘, 알림 설정,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도 게시물을 계속 볼 수 있는 무한 스크롤 기능을 통해 청소년 소셜미디어 중독을 유발하고 정신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소장에 적시했다.
이들 소송은 알고리즘의 의도가 모호한 사안으로 결과뿐만 아니라 알고리즘이 어떤 의도로 짜여졌는지도 입증돼야 하는 소송으로서 원고에게는 많은 법적 부담이 존재함은 틀림이 없다.
알고리즘은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계별 명령 구조를 의미하는데, 정보기술(IT) 시대 및 인공지능(AI) 시대에서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경쟁, 권리의무, 법적 제재 등 개인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알고리즘에 의하여 순위나 경쟁에서 밀리기도 하고, 원하는 대출을 받지 못할 수도 있고, 원하는 직업을 얻지 못할 수도 있으며, 방문하고자 하는 국가의 비자 발급이 불허될 수도 있다.
알고리즘에 의해 원하지 않은 결과를 얻는 개인은 그 타당성을 법원의 소송을 통해 검증할 수밖에 없을 것인 바, 향후 알고리즘에 대한 법적 분쟁은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필자가 걱정하는 점은 알고리즘 설계자의 의도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특정인에게 부당한 결과가 발생되는 경우에 법적으로 어떤 평가를 해야 하는 지인데, 알고리즘의 정당한 사용과 알고리즘의 남용을 구별짓는 알고리즘 검증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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