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폐가전서 '보물' 캐는 삼성·LG, 3년간 플라스틱 56만1978톤 재사용

Photo Image
순환경제 관련 글로벌 거래 금액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노력 중 하나로 자원 순환성을 극대화해 순환경제를 구축하는 것에 대한 기업 관심이 높아졌다. 순환경제 구축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여러 전략 중 가장 실효성 높은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대안은 크게 △전 지구적인 소비 수요 감소 △친환경 기술 개발·보급 △제품·서비스 생산에 투입되는 자원과 원재료 감소로 꼽을 수 있다.

Photo Image
기업의 순환 경제 비즈니스 도입 이점 - (자료=딜로이트)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는 이 중 당장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을 세 번째인 '생산투입 자원 절감'으로 꼽았다. 세계적으로 소비 수요를 줄이는 것은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친환경 기술 개발·보급은 이상적이지만 기술 발전 속도가 기후변화 대응의 시급성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제품·서비스 생산에 투입하는 자원과 원재료를 줄이는 방법이 즉각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여러 대안이 많고 실효성이 가장 높다고 봤다. 가장 대표적으로 '순환경제'를 도입하면 기후변화에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양원석 딜로이트 시니어 컨설턴트는 “순환경제 활성화는 단순히 원재료 리사이클링 비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기업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기회를 제공하므로 기업이 느끼는 부담이 낮다”며 “자원 채굴-활용-폐기-재활용-재사용 전 단계에 걸쳐 순환경제 비즈니스를 도입하는 것이 기업의 신성장동력이자 미래 전략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폐제품을 신제품 소재로 순환”

'유령 그물(Ghost nets)'로 불리는 폐어망을 재활용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원 순환성을 극대화해 순환경제 구축에 기여하고 기술혁신으로 환경 난제 해결에 도전하는 '신환경경영전략'을 지난 2022년 9월 발표했다. 이후 전 사업부문에 걸쳐 실행을 구체화하고 있다.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원료부터 생산, 폐기, 재활용에 이르는 제품 전주기에 걸쳐 자원순환성을 높이고 있다. 제품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병행한다.

Photo Image
삼성전자 뉴질랜드 서비스센터에 설치된 '모바일 폐제품 수거함'

DX부문은 오는 2030년까지 구매하는 제품 내 플라스틱 부품의 50%, 205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부품에 재생레진을 적용하는 목표를 세웠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폐어망 재활용 혁신 기술을 개발해 갤럭시 제품에 적용하기도 했다.

폐제품이 새로운 제품의 소재가 될 수 있도록 70여개 국가에서 폐전자제품 수거·재활용 체계도 운영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폐제품 수거 체계를 180여 국가로 확대해 1000만톤 폐전자제품 수거를 목표로 삼았다.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2023년까지 폐전자제품 누적 629만7000톤을 회수했다.

각 제조 현장에서 매립·소각하던 제조공정 폐기물은 시멘트 원료나 재생연료 등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 선별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경우 소각 과정에서 열·스팀 등의 에너지를 회수한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5년까지 모든 제조사업장이 폐기물 매립 제로 최고등급(플래티넘) 인증을 취득한다는 목표다.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오는 2030년까지 재활용률 99.9% 달성을 위해 폐기물 재자원화, 재활용 기술 개발, 일회용품 사용 최소화 등을 실시하고 있다. 전 제조사업장은 내년까지 UL의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 플래티넘 인증 획득을 목표했다.

Photo Image
삼성전자 DS부문의 재활용 확대 품목 - (자료=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DS부문은 발생 폐기물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폐수 슬러지를 다양한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슬러지 성분을 정기적으로 분석하고 활용처를 확보하고 있다. 폐수 슬러지에서 구리를 추출해 재활용하고 있다. 또 기존에 재활용하지 않던 SUS(Steel Use Stainless) 재질 배관류와 폐쿼츠 폐기물을 각각 고철과 재생유리 원료로 전환했다.

재사용률도 높였다. 대기방지시설에 사용하는 흡착제는 별도 재생기술 기반으로 연간 약 200톤의 폐흡착제를 재사용한다. 웨이퍼 연마 시 사용하는 CMP 패드는 생산업체와 공동으로 재생기술을 확보해 특허를 등록했다. 지난 2021년부터 월 700장의 재생패드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 2019년 DS부문 온양사업장의 폐기물이 순환자원 인증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솔더볼 용기 등 6개 품목에 대한 인정을 추가 취득했다. 이에 따라 연간 2243톤 폐기물 발생을 감축했다. 웨이퍼 운반용기와 제품 운반 용기도 순환자원 품질표지 인증을 받는 등 누적 34종을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았다.

◇LG전자, 폐기물 재활용률 95% 조기 달성

Photo Image
LG전자 조주완 CEO가 ESG아카데미 라자 마리엄씨와 폐가전을 수거하고 있다.

LG전자는 국내외 사업장의 폐기물 재활용률을 높이고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을 확대하는 등 순환경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LG전자의 폐기물 재활용률은 95.5%에 도달했다. 지난 한 해 동안 국내외 전 사업장에서 재활용한 폐기물만 총 17만톤이 넘었다. 2021년 약 92%에서 2022년 약 94.5%로 높였고 2030년 목표치인 95%를 조기 달성했다.

이 같은 성과는 폐기물 분리·선별 절차를 강화해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 비율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 LG전자는 이물질이 묻은 플라스틱이나 유리 등 기존에 재활용하기 어려웠던 폐기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우수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전문 업체들과 협력했다.

Photo Image
LG전자는 수거한 폐가전에서 원재료를 분리하는 '칠서 리사이클링센터(CRC)'를 2001년부터 경남 함안군에서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 사업장 대상으로 UL의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모든 생산 사업장이 재활용률 95% 이상을 의미하는 골드 등급을 취득했다. 지난달에는 경북 구미 LG 퓨처파크가 재활용률 100%를 달성한 사업장에 부여되는 플래티넘 등급을 받았다.

해외법인 인증도 확대한다. 올해 중국 천진·태주, 베트남 하이퐁, 인도 푸네, 브라질 마나우스 등 5개 법인을 시작으로 오는 2026년까지 글로벌 전 생산 사업장이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을 취득할 계획이다.

재생 플라스틱 사용을 늘리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TV 등 대형가전 중심으로 재생 플라스틱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연간 재생 플라스틱 사용량을 지난 2021년 대비 2023년에 2배 가량 늘렸다. 지난해까지 누적 사용량은 11만4000톤에 달한다.

Photo Image
LG전자 공기청정기 'LG 퓨리케어'에 적용한 펄프몰드 포장재

제품 포장재는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사운드바, 포터블 스피커 등 중소형 제품을 시작으로 100% 재생지로 제작하는 완충용 펄프몰드나 종이 소재의 단일 포장 설계로 점차 교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업계 최초로 20㎏ 이상 완충 가능한 펄프몰드를 개발해 공기청정기 포장에 적용했다.

이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올해 열린 제18회 대한민국 패키징 대전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또 S&P 글로벌의 '기업 지속가능성 평가(CSA)'에서 지난해 최상위 등급인 '톱 1%'로 선정됐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