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현우의 AI시대] 〈12〉AI 리터러시가 경쟁력 강화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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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현우 홍콩과기대(HKUST) 겸임교수·전 하나금융지주 그룹데이터총괄

장면 #1 대학 리포트 작성-대학생들이 학교 과제물 제출을 위해 도서 열람과 인터넷 검색 대신 프롬프트 작성을 통해 챗GPT와 대화하고 있다.

장면 #2 스포츠 드라마 제작-PD를 비롯한 스태프들이 스포츠 드라마 제작을 위해 수백 명의 엑스트라 배우를 동원하는 대신 인공지능(AI) 도구 소라(Sora)를 활용해 동영상을 만들고 있다.

이 두 장면은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 현재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AI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엔지니어가 될 필요는 없지만, 보다 편리한 일상 생활과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위해 AI 도구를 잘 사용하는 것이 요구된다. AI 도구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인 AI 리터러시(AI literacy)가 중요한 이유다.

최근 모 대학교의 AI 전공 교수는 기말시험에서 학생들에게 노트북과 인터넷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물론,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를 활용해 답안을 작성하는 것을 허락했다. 출제와 채점 과정에서의 난도는 높아지지만, 학생들의 AI 활용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내린 조치다. 이는 학생들에게 AI 리터러시가 가장 기본이 되는 사항임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얼마 전 삼성전자는 12만명에 달하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AI 리터러시 역량 제고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생성형 AI의 이해, 업무별 AI 활용사례를 비롯해 쏟아지는 AI 도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강좌가 주를 이루고 있다. 4단계의 교육 커리큘럼 중 1, 2단계는 전 직원이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과정으로 구성됐다. 국내 최고의 기업인 삼성전자가 이토록 AI 활용 능력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AI 리터러시가 곧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AI 리터러시의 중요성은 모든 산업과 직무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먼저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를 살펴보자. 과거엔 데이터 분석가가 되기 위해서 파이썬(python), SAS, R과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 필수였다. 프로그래밍 역량을 익힌 후에야 통계 학습, 기계 학습에 대한 이론적 배경과 실습을 진행했다. 하지만 AI 도구가 보편화된 지금은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초거대 언어 모형에 기반한 생성형 AI는 방대한 학습량을 기반으로 뛰어난 언어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가들은 굳이 코딩 스킬을 갖추지 않더라도 AI 도구를 활용하여 쉽게 데이터를 가공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됐다. AI의 발전으로 인해 '노 코드, 로 코드(No Code, Low Code)'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다른 업종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광고 업계에서는 AI의 등장이 광고 기획자의 일자리를 뺏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이는 기우(杞憂)에 불과했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광고 기획자의 업무를 효율화시켰고, 이제 단순반복적인 작업이나 난도 높은 영상 제작은 AI로 대체하게 됐다. 광고 기획자의 일하는 방식이 변화된 것이며, 크리에이티브를 창출하는 도구가 바뀐 것이다.

논문을 작성하는 연구자들도 변화된 환경의 수혜자다. 많은 연구자들이 AI를 활용해 논문 작성에 소요되는 시간을 절반 이하로 단축시키고 있다. 비영어권 국가의 연구자들이 영어 논문 작성 시 필수적으로 거쳤던 원어민 교정(proofreading)을 생성형 AI가 대체하면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AI는 선행 연구 조사에 있어서도 탁월한 성능을 제공한다.

다수의 로펌에서 AI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유도 법률 전문가에게 AI 활용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기존의 판례를 가장 잘 찾아주는 것도, 계약서와 소장을 잘 작성해 주는 도구도 AI다. AI 활용능력을 갖추지 못한 일부 로펌과 변호사들은 생존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AI 시대에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대학에서 진행하는 교육 커리큘럼의 변화가 요구된다. 챗GPT를 사용한 리포트 작성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떻게 챗GPT를 활용해 더 나은 보고서를 작성할 것인가'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 AI 교육에 있어서도 코딩 위주의 프로그래머 양성 교육과정에서 탈피해 AI를 이해하고, 다루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이제 AI 리터러시 강화는 개인과 기업 경쟁력 향상의 필수조건이자 지름길이 됐다. AI 리터러시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황보현우 홍콩과기대(HKUST) 겸임교수·전 하나금융지주 그룹데이터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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