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위의장을 둘러싼 친윤(친 윤석열)계와 친한(친 한동훈)계의 갈등이 정점식 의장의 사퇴를 계기로 봉합 수순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다만 새로운 정책위의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두 세력의 갈등이 재발할 우려도 있다.
정 의장은 1일 국회 본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각부터 정책위의장직에서 사임하고자 한다. 2년 뒤 지방선거와 3년 뒤 대선에 꼭 승리해 정권 재창출의 기틀을 만들어 달라”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대표적인 친윤 인사로 꼽힌다.
전당대회 직후 친윤계와 친한계가 반목한 이유는 최고위원회 구성 때문이다. 최고위원회는 당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4인 및 청년최고위원·지명직 최고위원 각각 1인, 정책위의장 등 9인으로 구성된다. 이 중 친한계는 한동훈 대표, 장동혁 최고위원과 진종오 청년최고위원, 지명직 최고위원 등으로 구성되는 점을 고려할 때 정책위의장의 의사에 따라 당내 주요 결정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었다.
이 때문에 친한계에서는 정책위의장을 포함한 당대표 임명직의 일괄 사퇴를 요구해왔다.
반면에 친윤계에서는 정책위원회 의장의 임기가 1년인 점을 이유로 사실상 버티기에 나선 바 있다. 특히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지난달 30일 한 위원장에게 정 의장의 유임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정 의장의 유임에 있다고 해석되기도 했다. 최고위에서 정책위의장을 통해 친한계를 견제할 수 있다는 전략도 있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정 의장에게 직접 거취 표명을 주문한 데다 서병수 신임 사무총장도 공개적으로 사퇴를 압박하면서 당내에서는 버티기에 돌입한 친윤계의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책위의장을 놓고 친윤계와 친한계가 갈등을 보인 탓에 윤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이 다시 발생한 것도 친윤계의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 의장은 “사임에 관한 당대표의 의견을 들은 게 어제 오후 2시경이다. 이후 사무총장이 공개적으로 사퇴하라는 말을 했고 이후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사퇴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대통령과의 소통 같은 건) 전혀 없다. 원내대표와 상의했고 어제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정책위 의장을 두고 친윤계와 친한계의 갈등이 재발할 수도 있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정책위원회 의장은 당 대표가 원내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의원총회의 추인을 받아 임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당 국회의원 대부분이 사실상 친윤계가 다수인 점을 고려하면 의원총회에서 친한계 정책위 의장 추인이 부결될 수도 있다. 친한계 정책위의장을 친윤계인 추경호 원내대표가 반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정 의장은 “당대표는 정책위의장에 대한 면직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 의원들도 당헌과 배치되는 주장 때문에 물러나는 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했다. 정책위의장의 사퇴를 요구할 때는 최소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불편함을 내비쳤다.
다만 “(정책위의장 거취 여부가)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주요 언론에서도 이를 계속 다루다 보니 자리를 유임하는 것이 결국 당의 화합을 저해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