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택 교수의 핀테크 4.0] 티몬·위메프 사태의 이슈와 신속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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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택 교수

최근 티몬과 위메프 판매자 대금 미정산 사태는 디지털 경제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한 제도적 미비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는 회사 경영 실패를 넘어서 전자상거래 생태계 전반 구조적 취약성을 노출시켰다. 이 사태는 2021년 머지포인트 사건의 교훈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올해 9월 시행 예정인 개정된 전자금융거래법이 좀 더 일찍 시행됐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법안 중 선불충전금 별도 관리 의무화가 일정 부분 사태 예방에 기여했을 것이란 기대에 기인한다. 그러나 필자의 진단은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 이 조항 하나로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장기 정산 주기 및 자금 관리의 불투명성, 자체 발행 포인트 시스템 등 규제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이커머스 기업의 비효율적인 자금 운용 구조다. 최대 70일에 달하는 정산 주기는 판매 대금을 운영 자금이나 다른 투자에 전용할 여지를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판매자와 소비자에게 막대한 위험을 전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산 주기의 합리적 단축과 함께, 판매 대금의 엄격한 분리 운용을 의무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요구된다.

그나마 대규모 유통업체는 40∼60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정산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커머스 기업의 경우 정산과 대금 보관 및 사용 등에 관한 별도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정산 주기도 업체마다 천차만별이다. 긴 정산 주기가 이번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의 주요 원인이라면 합리적인 정산 주기의 조정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대두된 이슈가 상품 판매 대금의 합리적 관리와 감독이다. 오픈마켓의 경우 이 문제가 더욱 부각된다. 오픈마켓은 다수의 판매자가 직접 상품을 등록하고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플랫폼 운영자는 중개 역할만 하며 거래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오픈마켓에서는 대량의 판매 대금이 플랫폼을 통해 유통된다.

오픈마켓 특성을 고려할 때, 판매 대금의 일정 비율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즉 판매 대금의 일부를 단기간 동안 별도 계좌에 보관하고, 구매 확정 후 즉시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는 이번 사태와 같은 대규모 정산 지연 문제를 예방하면서도 플랫폼의 자금 운용에 과도한 제한을 두지 않는 균형 잡힌 접근이 될 수 있다.

자체 발행 포인트나 캐시 시스템 등 선불충전금의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다. 이들은 자칫 무규제 상태의 사금융 수단으로 오용될 수 있으며, 만약 파산 시에는 소비자 자산의 완전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티몬캐시나 위메프머니와 같은 자체 발행 포인트는 소비자가 미리 돈을 지불하고 적립하는 선불충전금의 성격을 가진다. 소비자의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몰렸을 때 환불이 불가능해지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때문에 9월 시행 예정인 개정 전자금융거래법엔 선불충전금의 100%를 외부 예치 또는 신탁을 의무화했다. 다만 이 조항은 선불충전금의 발행사가 규제 대상이다. 추가해 유통사에 대한 규제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 타사가 발행한 상품권을 할인 판매해 자금 조달의 창구로 악용하는 사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물은 엎질러졌다. 이젠 빠른 해결만이 답이다. 소비자와 판매자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더 큰 사태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정책 당국 및 관련 기관은 신속하게 움직이길 바란다. 동시에 투명한 경영과 철저한 자금 관리 등 이커머스 기업들의 자정 노력도 요구된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재차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송민택 공학박사 pascal@apthef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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