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경영쇄신·AI 투자 '올스톱'…김범수 위원장 구속 후폭풍 불가피

“정신아 의장 중심 공백 최소화”
차세대 성장 전략 타격 불가피
엔터 등 계열사로 수사 확대땐
플랫폼 업계 부정적 영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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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막기 위해 주가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카카오의 경영 쇄신과 인공지능(AI) 중심 차세대 성장 전략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카카오는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전격 구속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향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계열사로 수사가 확대되면 플랫폼 업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23일 CA협의체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정신아 대표를 중심으로 김 위원장 구속에 따른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한정석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김 위원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해 2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대기업 총수로서는 이례적으로 도주 우려를 사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향후 형사소송법에 따라 최장 20일의 구속기간을 두고 김 위원장을 추궁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김 위원장 구속으로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그룹 쇄신 작업과 신규 사업 발굴에 있어서는 창업자인 김 위원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당분간 카카오의 굵직한 경영 현안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카카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여겨진다.

증권시장도 김 위원장의 구속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불안한 심리를 반영했다. 카카오 주가는 23일 전날 보다 2000원 하락한 3만8950원을 오갔다. 향후 김 위원장의 유죄 여부에 따라 주가가 더 요동칠 여지가 있다.

추후 카카오 계열사에 대한 수사도 확대될 수 있어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남부지검은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바람픽쳐스에 시세 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 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 승객 호출을 선점하도록 했다는, 이른바 '콜 몰아주기' 사건, 김 위원장과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고발된 사건도 살피고 있다.

플랫폼 업계 또한 우리나라 정보기술(IT)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김 위원장 구속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더불어 벤처 1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김 위원장 구속 여파가 업계 전반에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 총수에 대해 도주 우려를 빌미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독립된 기업이라기 보다 업계 생태계 내 상징적인 기업이기 때문에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에 대해 도주 우려가 없음에도 이를 구실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에 대해서는 과도하지 않냐라는 의견이 다수”라고 전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