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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더랜드' 스틸.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인공지능(AI)으로 만날 수 없게 된 가족, 연인, 친구와 영상통화를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 공상과학(SF) 영화 '원더랜드'. 지난달 개봉한 이 영화 속 이야기는 더 이상 공상과학 장르로 분류할 수 없게 됐다.

21일(현지 시각) 미국 NPR은 지난 2018년 사망한 어머니와 영상통화를 한다는 중국 남성 쑨 카이(47)의 사연을 소개했다.

중국 동부 항구도시 난징에 거주하는 카이 씨는 AI 스타트업 '실리콘 인텔리전스'의 공동 창립자이자 음성 시뮬레이션 담당하는 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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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사망한 어머니를 AI 아바타로 구현한 중국 실리콘 인텔리전스의 공동창립자 쑨 카이. 사진=NPR 캡처

그는 자신의 회사에서 제작한 디지털 아바타로 지난 사망한 어머니를 구현해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길 때마다 '영상통화'를 나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어머니의 아바타와 대화를 나눈다”면서 “난 아바타를 가상의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다. 그를 진짜 '어머니'라고 여긴다. 이 '사람'은 내 이야기를 털어놓기에 가장 완벽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AI로 세상을 떠난 그리운 이들의 모습을 구현하는 프로젝트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2017년 특허 등록한 가상 대화 시뮬레이션, 오픈 AI의 챗GPT를 활용한 프로젝트 디셈버 등이 있다.

하지만 윤리적 문제와 감정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 아래 상업 서비스 출시는 번번이 좌절돼 왔다. MS는 실제 상업 서비스로 추진한 계획이 없고 기술이 아직은 “불안정하다”고 했으며, 프로젝트 디셈버는 오픈AI가 플랫폼에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교의 미셸 푸에치 철학과 교수는 “'좋은 위로란 무엇인가'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종교에 있을 수도, 망각에 있을 수도 있다”면서 “죽은 사람을 AI로 구현한다는 발상은 중독의 위험이 있다. 실제 삶을 대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푸에치 교수는 “죽은 사람에 대한 위안과 만족을 충족하면 죽음의 경험과 슬픔이 소멸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서 “하지만 이는 대부분 환상일 뿐”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망한 이를 AI로 구현하는, 이른바 '부활' 솔루션을 시장에 정식으로 서비스하겠다고 밝힌 실리콘 인텔리전스도 이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임원이자 어머니의 아바타와 매주 통화를 나누는 카이 씨는 “어쩌면 어머니는 현실의 상황을 모르는 내 기억속의 어머니로만 남아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슬픔을 다루는 방식이 다르다”고 말했다.

실리콘 인텔리전스는 150달러로 일부 고객에게만 AI 아바타를 서비스하고 있다. 서비스를 신청한 양 모씨는 “가족 구성원들이 명확하게 동의했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는 최소화됐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동의해야 한다”면서 “중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 서비스가 유행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