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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FC-BGA.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가 세계적 반도체 기업에 연이어 기판을 공급해 주목된다. 특히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구현하는 고성능 반도체에 삼성전기 기판이 채택돼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AMD에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용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를 공급한다고 22일 밝혔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최소 10만대 이상 서버를 두고 있는 대형 데이터센터를 뜻한다. 빅데이터 처리와 머신러닝 등 AI 서비스 급증으로 대형 데이터센터가 늘고 있는데, 이 데이터센터 서버에 들어가는 AMD 반도체용 기판을 삼성전기가 만드는 것이다.

고성능 반도체를 구동해야 하기 때문에 기판도 고성능이 필요하다. 일반 컴퓨터 기판에 비해 데이터센터용 기판은 10배 더 크고, 층(레이어) 수도 3배 더 많아 칩 간 효율적인 전력 공급 및 신뢰성이 필수로, 삼성전기는 AMD와 협력해 고성능 기판 개발에 성공했다.

특히 양사는 하나의 기판에 여러 반도체 칩을 통합하는 고난도 기술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몇 개 반도체를 실장할 수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제조 공법으로 기판이 휘는 문제를 해결했으며, 칩 실장시 높은 수율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실시간 데이터 수집과 모델링 기능이 제조 라인에 적용돼 FC-BGA의 신호·전력·기계적 정확성을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AMD에 FC-BGA를 납품하기 위해 제품 대량생산에 돌입했다. 부산 사업장과 지난 2분기 본격 가동을 시작한 베트남 신공장에서 FC-BGA를 양산하고 있다. 회사는 1조원 이상을 투자, 베트남 공장을 FC-BGA 전용 생산기지로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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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부산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기)

AMD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다. PC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를 만들고, AI 시대 필수재로 여겨지는 그래픽처리장치(GPU)도 출시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그동안 모바일과 PC를 중심으로 반도체 기판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이번 AMD 공급은 기술 진입 장벽이 높으면서 성장 중인 서버 및 AI 시장(데이터센터) 진입을 뜻해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전기는 AMD에 앞서 퀄컴에도 AI 반도체용 기판 공급을 성사시켰다. 퀄컴에 납품하는 제품은 초당 최대 45조번 연산이 가능한 ARM 기반 AI 반도체에 적용된다.

이 반도체는 서버에 연결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디바이스 AI'에 활용된다. 온디바이스 AI는 자체적으로 AI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대규모 연산이 필수고, 이에 걸맞은 기판이 요구되는데 삼성전기는 미세 가공 기술, 미세 회로 구현, 임베딩 등 자체 기술로 고성능 반도체 기판을 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제품 대비 면적은 30% 이상 늘리면서 회로 선폭은 30% 이상 미세화했다. 퀄컴에 공급하는 제품은 삼성전기가 차세대 반도체 기판 핵심 거점으로 구축한 세종 사업장에서 만들어진다.

삼성전기는 퀄컴과 AMD를 기반으로 AI 반도체용 기판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스마크에 따르면 반도체 기판 시장은 올해 15조2000억원에서 오는 2028년 20조원으로 연평균 7% 성장할 전망이다.

김원택 삼성전기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AI에서 전장에 이르기까지 데이터센터 및 컴퓨팅 집약적인 애플리케이션의 변화하는 요구 사항을 해결, AMD와 같은 고객에 핵심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