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에 새로운 제도가 적용되면서 보험업계 전체에 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선제적인 자본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보험사가 발행한 자본성증권(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은 총 1조1400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자본성증권은 사실상 갚아야할 빚이지만 만기가 길고 차환을 조건으로 발행되는 특성 탓에 보험업법상 일부를 자본으로 인정되는 영구채다. 현재 보험사들은 이를 자본확충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같은 기간 보험사에 유상증자가 실시된 금액은 4400억원에 불과하다. 회사별로는 교보라이프플래닛(1350억원)과 KDB생명(3150억원)만이 증자로 건전성을 제고했다.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은 건전성제도에서 기본자본(TIER1)으로 인정되지만, 영구채는 대부분 보완자본(TIER2)으로 분류된다. 같은 금액으로 자본을 확충해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개선되더라도 실제 자본의 질에선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유상증자 등 보다 큰 금액이 투입돼야 하는 자본확충 방식이 금융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지난해 7월 보험사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을 열어줬다.
코코본드는 건전성 악화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투자자 동의 없이도 상각 또는 주식 전환이 가능한 채권으로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대비 자본적 성격이 짙은 것으로 여겨진다. 킥스에선 신종자본증권을 요구자본의 10% 이내에서만 기본자본으로 인정하지만, 코코본드는 요구자본의 15%까지 기본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당국이 자본확충 수단을 늘려줬음에도 현재까지 보험사 코코본드 발행은 제로(0)다. 코코본드 특성상 투자자에 원금이 보장되지 않다 보니, 발행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서다.
현재 보험사들은 대부분 저렴한 후순위채를 통해 자본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올해 발행된 자본성증권 7건 중 6건이 후순위채로, 가장 싼 값으로 건전성 수치를 방어하는데 그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보다 실질적인 자본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당초 지급여력제도의 목적도 보험사에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충당할 수 있는 자본을 보유토록 유도해, 보험계약자와 선량한 투자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향후 경과조치가 종료되면 채권이 아니라 실제 자본을 투입해야만 하는 회사도 있다”며 “미리 기본자본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건전성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과조치는 금융위원회가 신제도 연착륙을 위해, 부채 증가나 자본 감소를 점진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보험사 편의를 봐준 조치다. 현재 보험사 19곳(생보 12, 손보 6, 재보험 1개사)이 경과조치를 신청한 상태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