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 시장에 보험사 매물이 지속 등장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생명보험사 인수 추진을 공식화한 가운데, 다른 지주들도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을 고민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현재 동양생명과 ABL생명 패키지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미 동양생명 본사에는 '실사 룸'이 꾸려져 기업가치를 분석하고 있다. 실사 룸은 다음달 첫째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현재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라이센스를 모두 소유하지 않은 상태다. 당초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타진하면서 손보 쪽을 강화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재는 보다 자산 규모가 큰 동양·ABL생명을 동시에 노리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업계는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을 인수해 통합할 경우, 총자산 50조에 달하는 업계 상위권 생보사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금융 입장에선 부재했던 생명보험 포트폴리오를 한번에 보강하는 셈이다.
다른 금융지주들도 비은행 강화 측면에서 보험부문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농협과 KB금융지주를 제외하고는 생명·손해보험업권 모두에서 영향력 있는 자회사를 구축한 곳이 없어서다.
KB금융은 비교적 최근인 지난 2020년 푸르덴셜생명 인수했다. 지난해엔 KB생명과 통합을 통해 KB라이프생명을 출범한 상태다.
신한금융은 자산 기준 생보업계 4위 신한라이프를 보유하고 있지만 손보 쪽이 빈약하다는 평가다. 지난 2022년 BNP파리바카디프손보를 인수해 출범한 신한EZ손해보험은 지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 1분기 신한EZ손해보험 당기순손실은 9억4100만원으로 전년 동기(9억2700만원)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총자산(2534억원)을 기준으로도 손보업계 최하위권이다.
하나금융은 생·손보 모두 존재감이 약하다. 올 1분기 하나생명과 하나손보의 총자산은 각각 5조9369억원, 1조6061억원으로 업계 내 중소형 규모다. 하나생명은 올 1분기 45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하나손보는 -24억원 적자를 겪으며 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잠재적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보험사는 생보업권에 동양생명, ABL생명, KDB생명 정도다. 손보업권에선 롯데손보, MG손보가 유력 후보다.
IB업계 관계자는 “매물로 언급되는 보험사들도 외국계 사모펀드보단 국내 금융지주에 인수되는 것을 선호하고 있을 것”이라며 “비은행에서 이익을 늘려야 하는 지주 입장에선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한 보험사를 눈여겨볼 가능성이 커, 시장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