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데이터 기반 부가가치 창출하는 '플랫폼' 기업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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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용 그래비티벤처스 CIO(투자총괄이사)

그야말로 플랫폼 혹한기다. 많은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플랫폼 스타트업에는 더욱 가혹한 시간이다. 2020~2021년의 과잉유동성 시장에서 많은 투자를 받고서도 거래액 등 외형성장만 이뤄내고 제대로 된 이익을 내지 못한 기업이 대부분이다보니 투자자들은 '플랫폼' 얘기만 들어도 검토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래비티벤처스는 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누적 8개 기업에 투자했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2개 기업에 신규투자했다. 이는 '플랫폼'이라는 사업모델만이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와 그 데이터가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플랫폼에 투자하는건 아니다. 기업의 성공방정식은 V〉P〉C다. 회사의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Value)가 제품의 가격(Price)보다 높아야하고, 제품의 가격은 생산비용(Cost)보다 높아야 한다. 이 점에서 많은 플랫폼들이 왜 제대로 된 이익을 내지 못했을까 생각해보자.

플랫폼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시장을 장악할 때까지는 손실을 감수해야 하며, 장악하지 못하면 도산한다'는 인식이다. 이익을 내기 전까지 누적으로 조 단위의 적자를 냈던 쿠팡의 사례가 이러한 인식을 강화했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대규모의 비용(C)을 집행했음에도, 정작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V)는 높지 않아서 방정식이 V〈P〈C로 역전됐고 수많은 플랫폼이 실패했다.

'플랫폼의 손실은 필연적이다'는 오해는 정정돼야 한다. 플랫폼이 공격적으로 비용을 집행하는건, 네트워크 효과가 절대적인 플랫폼의 특성상 시장선점의 파급효과가 커 초기의 비용지출이 향후 수익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이 논리가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초기유치 고객이 플랫폼 내부에 남아 지속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결국 고객 록인의 문제고 이를 위한 고객 가치제안과 서비스차별화가 선행돼야 한다. 이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마케팅만 집행해서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돼있는 고객은 회사의 이익에 기여하지 못한다.

우리는 항상 “우리 서비스가 중단됐을 때, 진심으로 아쉬워할 고객이 몇 명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비판론자들은 플랫폼이 공급자와 수요자를 단순 매칭하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수취하는 브로커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일정 부분 동감한다. 단순 매칭만으로는 유의미한 고객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다. 성공하는 플랫폼이 되려면 기존에 시장이 제공하지 못하던 서비스로 새로운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서비스가 중단됐을때 고객들이 아쉬워하고, 플랫폼에서 이탈하지 않은 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의사가 생긴다.

골든브릿지의 식자재 통합수발주 플랫폼 '모아담'이 좋은 예시다. 외식업장은 식자재 매입시마다 불편함이 크다. 쌀은 지역농협에서, 공산품은 대기업 식자재업체에서, 신선채소는 도매시장 트럭상에서 각각 발주하다보니 발주내역 관리가 되지 않는다. 특히 식자재 특성상 상품의 가격변동이 매우 잦은데, 업주들이 매번 가격을 비교할 수는 없으니 '내가 사는 가격이 좋은 가격인지' 확신할 수가 없어 대다수의 외식업체의 경영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다. 원가 관리는 어려운데 신규창업은 매년 늘어나니 2023년 외식업체 폐업률은 21.5%에 달한다.

모아담을 통하면 식자재 수량만 입력하면 거래처별로 자동으로 발주가 진행된다. 공급자가 직접배송 능력이 없다면 골든브릿지가 중개배송을 통해 직접 배송한다. 매입원가와 매입량이 자동으로 기록되니 소규모 업체에서도 정확한 매입비용 관리가 가능하다. 편리하고 투명한 서비스로 만족도가 높아 고객유지비율은 90%를 상회(폐업 제외)한다. 외식경영의 디지털화 니즈가 커지는만큼 이를 위한 핵심시스템에 대한 수요는 지속 성장할 것으로 판단한다.

플랫폼이라는 비즈니스모델은 밸류체인 각 단계의 수요와 공급 데이터를 가장 대량으로 축적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 데이터를 엮어낸 플랫폼은 수급불균형과 그에 따른 비효율을 해결할 수 있고 수직계열화를 통한 생산성 극대화가 가능하다. 데이터 기반 부가가치 창출을 통해 플랫폼이 다시 한 번 주목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

정주용 그래비티벤처스 CIO(투자총괄이사) perry@gravityventur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