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포럼] 정확한 수요예측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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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 미래교통 대표이사

수요예측에 대한 논란이 종종 있다. 최근 개통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에 대한 언론 보도에서도 수요 문제가 지적됐다. 극심한 혼잡으로 사회문제가 됐던 서울시 9호선, 김포골드라인 역시 수요예측을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개별 사업 예측 정확성에 대해 논할 생각은 없다. 다만 논란이 반복되는 원인을 진단하고 개선을 위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통상 수요예측에 대한 논란은 과다예측에 대한 비판이 대부분이다. 특히 수요예측 비중이 절대적인 민자사업의 경우 과다예측으로 인한 부실화와 그로 인한 정부 부담 가중에 대한 비판이 주다. 대부분 재정사업은 특별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지 않는 한 수요예측 논란이 발생하지 않는다. 사후 검증도 미미할 뿐만 아니라 논란을 제기할 필요성도 없기 때문이다.

부정확한 수요예측은 수요 규모에 대한 정량적 오차 뿐 아니라 시공간적 이용 패턴의 오차에도 해당한다. 일례로 출퇴근 시 극심한 혼잡이 발생한 서울시 9호선과 김포골드라인의 경우 예측수요 대비 실제 일일 이용객은 적다. 하지만 출퇴근시간대 특정 방향에 극심한 혼잡이 발생한다. 출퇴근시간대에 몇 배 이상 차이나는 방향성이 현실이고 이를 예측에 반영하지 못했다면 극심한 혼잡은 당연한 결과다.

부정확한 수요예측의 원인은 몇 가지가 있다. 장래 계획 혹은 중장기적 사회경제 여건의 불확실성도 그 하나이고 부적절한 예측모형도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러한 원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는 불가능하다. 몇 달 후 경제상황도 맞추기 어려운 현실과 지침과 같이 원론에 근거해 한정된 결과를 도출하는 여건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근본적 해결책일 수는 없겠으나 오랫동안 이 분야를 접해 온 경험을 토대로 수요예측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 봤다.

첫째, 본타당성과 이후 절차에서 더욱 세밀한 수요검증을 수행해야 한다. 통상 절차는 예비타당성과 본타당성, 계획 및 설계과정이 진행된다. 예산집행이 결정되는 예비타당성 이후 주무관청에서 추진하는 본타당성은 명칭과는 다르게 대부분 사업추진을 전제로 진행한다. 사업추진을 원하는 주무관청 입장에서는 수요와 타당성 재검증을 통해 앞선 의사결정을 바꾸기 어렵다. 성공적 사업을 위해 주무관청과 분석가가 유연한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둘째, 지침을 기반으로 하되 사업특성에 맞는 모형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사업별로는 지침상 일반 모형으로 구현이 불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다. 지침은 정확한 예측을 위한 기준은 아니다. 수요예측 일반론을 실무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규칙이다. 의도적 주관성을 배제하고 사업간 형평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이다. 민자사업에서 지침보다 상세한 분석을 수행한 경우 의도를 의심받기도 한다. 사업특성에 적절한 모형 적용을 위해 분석가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와 더불어 검증을 위한 실력이 필요하다.

셋째, 예측모형에 현실자료의 접목이 필요하다. 오늘날에는 교통카드와 같은 대중교통 자료를 비롯해 다양한 현장 실측자료의 취득이 비교적 쉬워졌다. 이러한 현실자료를 예측모형에 반영하고 수요검증에 활용한다면 수요 규모와 더불어 시공간적 통행 패턴의 정확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고, 그리고 비용이 동반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정확한 수요예측은 어렵다. 정해진 규칙을 따랐으니 과정이 옳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정확한지 모른다. 나중에 제기되는 수요 문제는 결과로만 평가된다. 모든 사업이 유사해 보이나 매번 다르다. 현재는 아무도 결과를 모르고 오랜 시간 뒤에나 확인할 수 있으니 불확실성에 기대거나 해이해지는 유혹이 올 수도 있다. 물론 필자도 정확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한 고민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최준 미래교통 대표이사 choijoon@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