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유전자 제어하는 회로 구현…유전자 발현을 논리적으로 조절

포스텍(POSTECH)은 김종민 생명과학과 교수, 생명과학과 통합과정 강한솔·박동원 씨 연구팀이 유전자의 발현을 논리적으로 조절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다중 신호 처리 가이드 RNA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분자생물학과 생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 '핵산 연구(Nucleic Acids Research)'에 최근 게재됐다.

'유전자 가위'라고 불리는 크리스퍼/카스(CRISPR/Cas) 시스템은 유전자 서열을 편집해 생물학적 기능을 추가·삭제할 수 있는 기술이다. 유전 질환 치료나 농작물 유전자 조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이 기술의 핵심은 유전자 서열을 편집하는 효소를 특정 위치로 안내하는 가이드 RNA다. RNA 엔지니어링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체 신호에 반응하는 가이드 RNA 연구는 활발하지만, 여러 신호에 반응하도록 네트워크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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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종민 교수, 통합과정 강한솔·박동원 씨

연구팀은 CRISPR/Cas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바이오 컴퓨팅을 결합했다. 바이오컴퓨팅은 마치 전자회로처럼 생체 부품들을 연결해 세포와 생명체 활동을 프로그래밍하는 기술을 말한다. 연구팀은 디지털화된 신호 연산의 입출력관계를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표현법 중 하나인 부울 논리 게이트처럼 입력값을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수행하는 가이드 RNA 유전자 회로를 구현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장균 대사와 세포 분열에 관여하는 필수 유전자들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또 여러 논리 게이트를 결합해 다양한 신호와 복잡한 입력값을 처리하고, 이 회로를 통해 적절한 수준으로 세포 형태와 대사 흐름을 제어하는 능력까지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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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 RNA 발현 조합논리에 따라 즉각적인 내인성 유전자 발현 제어가 가능한 다중 신호 통합처리형 정밀 제어 가이드 RNA 모식도

이번 연구는 기존 시스템과 기술을 결합해 가이드 RNA가 특정 위치로 효소를 안내하는 역할에서 나아가 생물체 내 다양한 신호들을 처리·통합하고, 이에 반응하도록 유전자 네트워크를 정밀하게 제어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김종민 교수는 “질병과 관련된 복잡한 유전자 회로 내에서 생물학적 신호를 기반으로 한 유전자 치료법을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며 “RNA 분자 엔지니어링은 소프트웨어 기반 구조 설계가 쉬워 암과 유전 질환, 대사 질환 등에 대한 맞춤형 치료법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지원금, 한국연구재단과 교육부의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 교육부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사업과 산학협력선도대학3.0사업,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한국보건기술R&D사업, 경상북도·포항시의 푸드테크R&D센터 육성 및 지원사업, 포스텍 기초과학연구원 등 지원으로 수행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