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수요관리의 필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이상고온 등 기상변화로 인해 전력피크 발생이 빈번해지고 전력 낭비 또한 심화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히 공공·상업건물의 냉방·조명·대기전력 등을 주요 관리 대상으로 보고 있다. 공장 등 대형 전력 수용처는 수요반응제도(DR) 등을 통해 전력 사용을 줄일 수 있지만 공공·상업 건물은 사용 주체가 워낙 많아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종합소매업 매장(50㎡ 기준)의 월평균 전력 사용량은 1100kWh로 전기요금은 시기별로 다르지만 평균 23만원 안팎에 이른다.
이들 매장은 필요 에너지를 대부분 전기로 충당하는데 전체 사용 에너지 중 전기 비중이 80%를 넘는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냉방전력은 여름철 전력피크 발생의 핵심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 전력 소비량은 533TWh다. 이 가운데 상업·공공건물의 냉방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10.5%나 된다. 여름철 2~3달간 이뤄지는 소비를 고려하면 큰 규모다.
특히 최근 성행하는 개문냉방은 냉방전력 낭비를 초래하는 주범이다.
에너지공단이 지난해 6월, 전국 26개 주요 상권 및 4개 대형 아울렛을 대상으로 '개문냉방 영업 실태'를 조사한 결과 총 5298개 매장 중 12%인 634개가 문을 열고 냉방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매장의 에너지소비를 분석한 결과, 문을 닫고 냉방했을 때에 비해 전력 사용량은 66% 증가했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임대료 등에 비해 전기요금이 싸고 영업상 편의를 더 중요시 여기면서 상업건물 에서 특히 전력 절약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대기전력도 무시할 수 없는 낭비 요인이다.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냉온수기의 월평균 전력 소비량은 41.2kWh로 1등급 냉장고(41.1kWh) 보다 많다. 퇴근 때 전원만 차단해도 소비량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지만 실천하는 곳은 드물다.
조명 또한 전력피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기준 전국 옥외조명은 약 553만개로 연간 전기소비량은 3.4TWh에 이른다. 이는 전체 전력 소비량의 0.6%를 차지한다. 옥외조명의 68%가 LED가 교체됐지만 여전히 32%는 전력효율이 낮은 메탈 할라이드 램프 등이 쓰인다. 이를 LED 조명으로 교체하면 연간 약 374GWh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500㎿급 화력발전소 1기를 1개월간 발전하는 양(360GWh)과 비슷하다.
수요관리 주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적정 냉방 온도 유지, 고효율 조명 교체, 대기전력 차단 등 수요관리 확산을 위해 캠페인 등 계도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핸 수요관리 효과가 큰 상점·숙박시설·업무용 건물을 대상으로 수요관리 캠페인을 본격화했다.
최근 '에너지절약 분야 넛지디자인'의 하나로 발표한 '온도주의, 거꾸로 온도계'가 대표적이다. 온도주의는 '온도를 주의(注意)하자', '온도주의(主義)자가 된다'는 이중적 의미를 담았다.
김현철 산업부 에너지효율과 과장은 “가정 부문의 에너지 절약은 잘 이행되고 있지만 공공, 상업 시설은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사무실이나 카페에서 한여름에 카디건과 재킷을 입고 일하는 등 에너지절약이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에어컨 가동 시 적정실내온도 26도만 맞춰도 전력 에너지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