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일환으로 '디지털 지갑'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디지털 지갑은 모바일 신분증, 전자증명서, 공공 마이데이터, 국민비서 등 다양한 디지털 신분증과 자격증명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에서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든 혁신적인 대국민 서비스다.
디지털 지갑은 단순히 결제 수단을 넘어 개인 신원을 증명하고 각종 서비스를 통합하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를 제대로 상용화하고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선 전자서명 및 분산신원인증(DID) 기술 간 원활한 상호연동이 필수적이다.
전자서명은 문서나 데이터의 송수신 과정에서 위·변조가 되지 않았음을 보증해 보안성을 강화한다. 특히 금융 거래나 공공 서비스와 같은 민감한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반면, DID는 중앙화된 기관의 개입 없이 개인이 자신의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 기술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 개인정보 보호를 한층 강화한다.
즉, 전자서명은 데이터의 무결성과 신뢰성을 보장하고, DID는 개인정보 주권을 사용자에게 돌려준다. 이처럼 두 기술은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며, 각자의 영역에서 상호연동 되는 것이 디지털 지갑을 더욱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어주는 핵심 열쇠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 서비스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다양한 전자서명과 DID 관련 사업자,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각 사업자는 독자적인 기술과 인증 체계를 사용함에 따라 기술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호환성 문제는 사용자에게 여러 앱을 설치하고 관리해야 하는 불편함을 초래해 사용자 경험을 악화하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호연동과 표준화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이용자의 불편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와 특정 업체에 의한 독과점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해외 시장에도 경쟁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전자서명 및 DID 기술의 상호연동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국가의 디지털 경제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제가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관련 기업은 전자서명 및 DID 기술의 호환성을 강화하고, 표준화 작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정책적 지원과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이 분야의 혁신을 촉진하고, 관련 기업은 기술 간 통합을 위한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실제로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공공분야 전자서명 공통기반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금융위원회는 마이데이터 사업의 일환으로 통합인증 시스템을 추진해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디지털인증확산센터를 구축해 전자서명 기술 표준화와 검증 체계를 마련하고, 통합전자서명 모듈을 제공해 다양한 산업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DID 상호연동을 위해 디지털 신원 인증 기술의 표준화와 법적 기반 마련, 기술 개발 지원, 민관 협력을 통한 인프라 구축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이 열매를 맺기 위해선 전자서명 및 DID 사업자 간 상호연동 노력을 동반해야 한다. 기업은 자사 기술의 우수성만을 주장하기보단 상호 호환성을 확보하기 위해 협력하며 정부의 활동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특히 DID는 국제표준체계가 발표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국내 기술에 적용되지 않고 있어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나아가 참여 주체 간 신뢰 검증 방법, 크리덴셜 발급 및 관리 방법, 신원확인 및 전자서명 상호연동 방법, 신뢰기관 간 신뢰 연결 체계, 저장소 보안관리 방법 등의 규격화와 인증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
디지털 지갑은 기술적 진보를 넘어 디지털 경제 전략의 핵심이며, 신뢰성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국민 일상생활에 혁신을 가져올 기반 기술이다. 다양한 전자서명 및 DID 기술의 상호연동이 이뤄지면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디지털 지갑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사용자 경험을 향상해 사용률을 높일 수 있고, 글로벌 비즈니스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전자서명 및 DID 기술의 상호연동은 디지털 지갑의 성공적 구현을 위해 가장 우선시해야 할 과제다. 디지털 지갑 서비스가 국민 생활에 깊숙이 스며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디지털 시대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결정적인 열쇠다. 이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 협력과 노력이 이뤄져야만 진정한 디플정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보다 나은 디지털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사회가 실현되기를 바란다.
최덕훈 넥스원소프트 대표이사 choi@nexoneso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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