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채의 센스메이킹] 〈54〉광고가 광고다운가를 묻는 AI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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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지난달 미국의 장난감 회사 토이저러스가 세계 최대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인 2024 칸 라이언즈에서 오픈AI의 새로운 텍스트-비디오 툴인 소라를 사용해 제작한 단편 프로모션 영화를 선보였다. 66초 분량의 이 영상은 창립자 찰스 라자루스(Charles Lazarus)의 비전이 브랜드의 마스코트인 기린 제프리(Geoffrey the Giraffe)를 만나 확인되는 흐름을 담아낸다.

흥미로운 건 이 영상에 따라붙는 '최초의 생성 인공지능(AI) 광고 영상'이라는 타이틀을 두고 광고 업계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다양한 업계 전문가들의 생각을 공유하는 링크드인(Linkedin)이나 X에서 확인되는 관련 반응들은 크게 세 가지로 확인된다.

첫째. 대본에 대한 비판이다. 영상 초기에 제시되는 토이저러스와 기린 제프리의 탄생에 대한 질문이 뜬금없고 현실의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지적한다. 토이저러스가 창업자의 꿈이었기에 여러분의 꿈도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관객들이 어리석지 않다' '좋은 광고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 등의 반응으로 너무 단순한 구성에 대해 이것이 정말 세계 최고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인가, 잠이 쏟아진다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남긴다.

둘째, 고객의 감정적 반응을 고려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다. 번창한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는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어떤 점이 어린 창업자를 우울하게 만들었는지 공감이 안되며 브랜드가 광고에서 의도했던 향수와 즐거움을 충분히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평한다.

셋째, 비슷한 광고가 이미 많다는 비판이다. 전반적으로 매우 단순한 구성의 새로운 기술적 시도일 뿐 이 광고는 생성 AI로 제작한 게 아니었다면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물론, 감정적 연결은 브랜드와 소비자 관계를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렇기에 왜 기린이 마스코트가 되었는지, 창업자의 어린 시절과 아버지와의 관계를 보다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는지에 대한 지적은 개선된 결과물을 위해서는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AI로 제작한 광고를 두고 확인되는 이러한 평가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광고 관련 현실을 직시해 보자.

시청자 인사이트 전문 기업인 닐슨(Nielson)의 이전 조사에 따르면, TV 광고의 평균 시청률은 지난 5년간 30% 감소했다. 데이터 수집 및 시각화를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 스테이티스타(Statista)가 2021년 기준으로 발표한 통계에서는 광고를 사전에 막는 애드블록(Adblock) 기능 사용자는 전 세계적으로 42.7%에 달한다. 글로벌 PR 컨설팅 회사 에델만이 2021년 발표한 에델만 트러스트 바로미터(Edelman Trust Barometer) 보고서에서는 소비자의 84%가 브랜드 광고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관련 기사 내용 중 확인되는 BBDO의 글로벌 CCO인 크리스 베레스포드 힐(Chris Beresford-Hill)의 말이 눈에 띈다.

“이 광고는 AI로 만들어졌다는 점 때문에 논의되고 있을 뿐입니다.”

실은 바로 이 점이 핵심이라 봐야 하지 않을까? 광고의 본질적 목적 중 하나는 주목받는 것이다. AI로 제작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광고는 관심을 받았고, 이는 광고로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광고'를 '콘텐츠'로서 세세하게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은 업계 내부자들의 자기중심적 비평일 뿐 대중에게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AI가 광고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고민하는 건 필요해 보인다. 단순히 새로운 도구로서만 바라보기에는 광고 제작의 방식 내 AI를 활용한 인간 창의력의 발현 과정에서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업계 전반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이전과는 다른 포인트로 짚어내고 이를 강조하도록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토이저러스 창업자의 비전을 표현한 AI 기술 자체의 불완전성만을 언급하는 데에 집중하는 건 어쩌면 정말 필요로 하는 방향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사람들의 일상에서 광고가 이전과 다른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업계가 필요로 하는 보다 나은 '비전'을 품을 듯 보인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