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유명한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에서 한 여행자가 숲속의 갈림길에서 한 길을 선택하며 그 선택이 “모든 것을 달라지게 했다(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고 표현한다. 우리의 학교 교육 또한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라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 중요한 선택이 교육의 혁신을 이끌 것인지, 아니면 부적절한 혼란을 초래할 것인지를 심사숙고해야 하는 시점이다.
국내 교육계에서 AI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국회에는 AI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을 잠시 유보해달라는 국민 동의 청원이 제출되었으며, 한 달 만에 5만 명이 넘는 국민이 동의하면서 교육위원회에서 논의하게 되었다. 이는 전통적인 종이 교과서를 디지털 교과서로 교체하는 것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지지하는 이들은 교육도 디지털 전환을 통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디지털 교과서가 학생들이 최신 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며, 개인별 학습 요구에 맞춤형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비판하는 이들은 이 계획이 학생들의 스마트 기기 사용 시간을 과도하게 늘릴 것이며, 충분한 기술적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디지털 대전환은 전통적 교육 패러다임을 혁신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 도입의 속도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도입의 갈림길 앞에서 우리도 각 경로의 장단점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교과서의 채택은 미래 교육으로의 한 걸음이 될 수 있지만, 이러한 결정이 포함하는 다양한 우려 사항을 해소해야 하는 것도 필연적이다.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논란이 있는 현재 시점에서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 보자.
첫째,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종이 교과서를 병행하는 점진적인 전환 방식을 적용하자. 어항 속의 물을 한 번에 모두 바꾸지 않듯이, 교육 분야에서도 점진적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점진적 전환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시간을 제공하며, AI 디지털 교과서의 효과를 체험하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동시에, 종이 교과서가 갖는 장점을 유지하면서 디지털 교과서의 장점을 통합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둘째, 학생들과 교사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보급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디지털 교과서의 이용 방법뿐만 아니라 온라인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고, 디지털 도구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과 교사들이 AI 디지털 교과서를 수월하게 사용하게 한다.
셋째,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위해 교육청 또는 학교별로 디지털 교육 센터의 설립을 고려해 보자. 이 센터는 디지털 교과서 사용에 필요한 기술적 지원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교사들이 디지털 교과서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지원은 교사들이 기술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새로운 교육 도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넷째, AI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과 함께 새로운 수업 모델을 발굴 확산해야 한다. 온라인 기반의 교육자료와 전통적인 교실 수업을 결합하는 교육 방식으로의 도입이기에, 교사 주도적으로 효과적인 수업 모델을 발굴하고 공유하는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이 방식을 통해 교사들은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수업 모델을 습득하고 사용할 수 있으며, AI 디지털 교과서는 이러한 체제의 도움으로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AI 디지털 교과서의 전면 도입은 교육 분야에서의 디지털 대전환을 의미할 수 있지만, 이러한 의미는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혁신을 통해 우리는 교육의 미래를 “모든 것이 좋아지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구덕회 한국정보교육학회장 (서울교대 교수) dhk@snue.ac.kr
◆구덕회 교수=전 서울시 초등교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위촉연구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선임연구원, 대구교대 교수를 역임했다. 현 서울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