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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우 동국대 AI융합대학장

“국가는 국민들에게 기본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특정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기관을 설립·운영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1776년에 나온 발언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중상주의의 한계를 경험한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경제학의 효시(嚆矢)가 된 '국부론(國富論)'에서 자유시장경제체제를 제시하며 한 말이다. 그는 국부란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의미하며, 국부 증강을 위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대학 교육의 중요한 목표와 일맥상통한다.

지금처럼 사회적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복잡한 환경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보유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미래의 국부를 결정한다. 현대 사회는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므로 공학, 의료, 사회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전문인력 양성이 더욱 강조된다.

이로써 대학의 책무가 자명해진다. '전문인력 양성'이 존재의 이유이며, 이를 위한 '양질의 교육'이 국가가 부여한 책무다. 그렇기에 모든 대학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숨이 목에 차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

'어려운 여건'이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 대학의 존재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욕심 아닌 욕심에서 비롯된다. 이는 등록금이 동결된 거의 20년, 아니 그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있어온 현재진행형이다. '양질의 교육'을 위한 필요조건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포함한다. 항목별로 우리 나라 대학의 현실에 맞춰 짚어보자.

첫째는 교수진 수준 향상이다. 사회적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분야일수록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데, 우수 역량의 교수 자원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교수의 연봉 수준을 감안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젊은 교수 충원을 통한 교수진 수준 향상은 요원하다.

둘째는 교육 인프라 구축을 포함한 교육투자 확대다. 국내 대학에서 H100은 차치하고 A100으로라도 양질의 '첨단' 교육을 운영할 실습실을 구축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교육에 사용할 데이터도 없는 현실에서 더 이상의 설명은 사족이다.

그나마, 과기부의 SW중심대학사업에 힘입어 60여개 대학이 발전할 기회를 부여받고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충분조건이 되지는 않는다. 과기부도 더욱 개선을 모색하고 있음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끝으로 교육과정의 지속적 개선이다. 글로벌 패권경쟁 시대의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대한민국이지만, 대학들은 국제경쟁력이 상실된 환경 속에서 주어진 환경에 최적화된 교육과정을 생존형으로 운영할 뿐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대학들은 국제공인 공학교육인증제도를 운영한다. 인증평가를 통과하면 졸업생들이 '국제적 동등성'을 보장 받는다. 곧 교육과정이 '국제적 수준의 양질의 교육'임을 인정받는 것이어서 이 제도를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목표 실현을 위한 방편으로 삼음이 바람직하다. 공학교육인증제도에서는 교수, 교육환경, 교육과정의 적절성과 지속적 개선, 졸업생들의 보유 역량을 집중적으로 평가한다.

대학에서의 양질의 교육을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것은 대학들의 편익이 아닌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다. 국가가 대학을 평가하는 목적은 줄세우기에 있지 않고 대학의 부족한 점을 진단하고 개선하도록 지원함으로써 국가적 책무를 위임받은 대학의 자발적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현실로 확인된 '교수진의 수준 향상'과 '교육 인프라 구축을 위한 교육투자'를 시급히 선결해야 한다. 이 후 대학에게 '교육과정의 지속적 개선'을 통한 '우수한 전문인력 양성'을 단계적으로 요구한다면, 바로 이 정권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기대하는 '진정한 의미의 대학 혁신'을 실현하는 최선이다. 이는 애덤 스미스만의 주장은 아닐 것이다.

이강우 동국대 AI융합대학장 klee@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