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논·서술형 수능 전환 가능할까…교육 전문가 의견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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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취임 10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의 수능이 논·서술형 평가로 전환돼야 교실 혁명이 완성되고, 글로벌 보편성을 갖는 한국 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

취임 10주년을 맞아 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10주년 기자회견에서 조 교육감은 지속 가능한 교육 혁신을 위한 과제로 대입제도 개편을 꼽았다.

이날 조 교육감의 제안으로 수능의 논·서술형 평가 전환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 교육감은 “인공지능(AI)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 평가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며 “현재의 오지선다형 평가 방식을 논·서술형으로 바꿔야 한다는데 많은 국민이 동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교육감은 “2028 대입개편안이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논의될 때는 '시기상조론'이 지배적이었다”며 “2022 개정교육과정 이후의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이에 걸맞은 2033 대입제도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이후에도 논·서술형 평가 시기상조론이 반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8 대입개편안에서 빠진 논·서술형 수능 체제를 2033 대입개편안에서 준비하자는 것이다.

논·서술형 수능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은 '논·서술형 수능' 전환을 강조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이 위원장은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교육이 변화하기 위해 내신과 수능도 오지선다형의 객관식 문제가 아닌 논·서술형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지금의 객관식 시험으로는 미래 시대에 적합한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백병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은 “물론 논·서술형 수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순 없지만 오지선다형 방식의 수능은 교육적으로도 타탕성이 없고, 학생의 미래 사회 역량에도 도움되지 않는다”며 “논·서술형 수능을 평가하는데 필요한 신뢰성과 타당성이 보장된다는 전제하에 수능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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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선순위를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는 “수능이 논·서술형으로 바뀐다면 먼저 전면적 전환일지, 일부 과목만 바꾸는 단계적 전환일지 등의 방법론적인 문제가 있다. 그다음 평가의 신뢰성과 공정성 문제가 있는데 신중하고 타당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논술 지도는 개별지도나 그룹지도가 효과적인 만큼 단계적으로 확대하더라도 그 즉시 사교육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 교수는 “내신 과정 평가는 서술형 평가를 하지만 공정성 문제로 단답형으로 변질했고 거의 다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나가고 있다”며 “현재 내신에서 논·서술식 평가 문제점을 심각하게 분석하고 개선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능의 논·서술형 전환을 논하기 전에 내신 평가부터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란 설명이다.

논·서술형 수능 평가는 2028 대입개편안 시안 마련 과정에서 한 차례 논의된 바 있다. 교육부는 논·서술형 문항 도입을 막판까지 검토했으나,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판단에 따라 최종안에 반영되지 못했다. 교육부는 “고교 내신을 통해 학생들이 논·서술형 문제를 충분히 접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능에 논·서술형을 출제하게 되면 사교육 증가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주요국처럼 학교에서 논·서술형 평가가 보편적으로 잘 운영된다면 향후 국가교육위원회 중심으로 미래형 수능 등 발전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유보했다.

한편, 수능 당사자인 수험생들은 논·서술형 수능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높았다. 한국교육개발원과 교육정책 네트워크가 지난 1월 공개한 '2023 교육정책 인식 조사'에서 '수능에서 논·서술형 평가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61.8%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19.4%에 그쳤다. 반대 이유로는 '시험이 더 어려워진다(19.9%)', '명확한 채점 기준이 없다·객관성이 떨어진다(19.2%)', '수험생 부담이 커진다(16.1%)' 순으로 나타났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