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 이윤태 생명과학과 교수·통합과정 박지호 씨 연구팀이 특정 단백질이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SLE)의 발병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PNAS(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게재됐다.
체내 면역 시스템을 구성하는 B세포는 외부에서 세균 등 병원체가 들어왔을 때 이에 대항할 항체를 만들며, 여포 보조 T세포(TFH)는 B세포가 항체를 잘 생성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TFH가 과도하게 증가하면 B세포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어 병원체가 없어도 체내 조직과 세포를 병원체로 인식해 자가 항체를 생성하는 자가 면역 질환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자가 면역 질환 중 하나인 SLE는 코와 볼을 중심으로 한 나비 모양의 붉은 발진과 관절염이 주요 증상이다. 특히, SLE는 환자마다 증상 범위와 문제가 되는 면역 세포가 다양한데, 발병 원인과 관련 메커니즘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환자 유형에 따른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를 통해 T세포에서 발현되는 특정 전사 인자인 ETV5가 T세포가 TFH로 분화되는 과정을 촉진하며, 그로 인해 SLE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그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실제 생쥐와 사람을 이용한 실험을 설계했다.
그 결과, ETV5가 결핍된 SLE 생쥐 모델에서 자가 항체 농도와 체내 조직으로의 면역 세포 침투, 신장 사구체염 등 자가 면역 증상이 완화됐고, TFH 발달 역시 억제됐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ETV5가 타겟 단백질인 오스테오폰틴(OPN) 발현을 촉진하고, OPN이 T세포 특정 단백질(CD44-AKT)의 신호 전달 경로를 활성화해 TFH로의 분화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어, 연구팀은 사람의 T세포(CD4)에서도 ETV5와 OPN 발현 정도에 따라 TFH 로의 분화가 조절됨을 확인했다. 또 동물 모델 실험 결과와 마찬가지로 SLE 환자 모델에서 일반인보다 ETV5와 OPN이 더 많이 발현됐으며, 질병의 활성도와 혈중 자가 항체 농도는 ETV5와 OPN 발현 정도에 비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윤태 교수는 “실제 실험을 통해 ETV5와 OPN이 관여하는 SLE 발병 메커니즘을 밝혀냈다”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TFH 발달을 조절하는 ETV5 억제제를 개발해 SLE 환자들의 치료를 돕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