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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부 핀테크산업협회 ESG위원장이 13일 서울 우면동 전자신문 본사를 찾아 길재식 디지털금융본부장(부국장)과 인터뷰를 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산업군을 막론하고 필수불가결한 가치로 자리잡았다. 핀테크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ESG 중요성과 평가기준은 날로 강화되고 있지만 대형 은행과 증권, 보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핀테크 업계에 ESG 도입은 쉬운 일이 아니다. ESG 경영 체계를 도입하기 위한 인력·비용 문제도 있거니와 방향성조차 찾지 못하는 장벽도 존재한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핀산협)는 이러한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핀테크 ESG 위원회'를 발족했다. 핀테크 기업 임직원들의 ESG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 업계 공동의 다양한 사회적 책임 활동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지난해에는 ESG 인지도 제고를 위해 활동에 주력했다. 회원사 수요조사에 기반해 ESG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등 업계 내 ESG 경영 공감대 확산에 힘썼다.

올해는 가시적인 성과에 초점을 맞춰 위원회 활동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이론과 인식 차원을 넘어 직접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는 ESG 활동 지표를 만들어 참여를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초대 위원장을 맡은 이원부 동국대학교 교수는 “업권에 ESG라는 화두를 던지고 아이디어를 공유한데 이어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공해 핀테크 산업 ESG 이니셔티브를 수립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길재식 디지털금융본부 부국장

-핀테크 ESG 위원회 출범 배경과 경과는 어떠한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전 업권에서 ESG에 주목하고 있는 상태다. 핀테크산업협회 또한 핀테크 업계 이익 추구를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2023년 1월 26일 '핀테크 ESG 위원회'를 발족했다. 논의가 시작된 건 그 이전부터였고, 2022년 9월 협회 이사회에서 ESG 위원회 신설을 의결해 준비과정을 거쳤다.

협회 ESG 관련 전문위원 9인, ESG 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회원사 위원 12인 등 총 21인으로 위원회가 꾸려졌다. 1년 반 동안 3차례 기별 회의를 개최하고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ESG 활동 수요조사를 시작으로 △핀테크 ESG 경영교육 과정 △핀테크 ESG 기획연재 △법무법인 광장 등 전문기관과 핀테크 ESG 업무협약 체결 △핀테크 ESG 서비스 경진대회 등을 진행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업권이 'ESG핀테크'로 나아가야한다는 데 공감을 이루고, ESG 화두를 제시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여러 아이디어 중 핀테크에 특화된 ESG 가이드라인 제정, 교육과정 개발 등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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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부 핀테크산업협회 ESG위원장이 13일 서울 우면동 전자신문 본사를 찾아 길재식 부국장과 인터뷰를 했다.

-핀테크업권 ESG 활동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핀테크산업에서 ESG 활동을 하는 데에는 여러 애로사항이 존재한다. ESG 관련 규제는 국가별로 다르고, 국제적으로 통일된 기준도 부족하다. 핀테크 기업들이 일관되게 ESG 기준을 준수하기 어려운 요소다. 또한 데이터 수집·관리의 어려움도 있다. ESG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신뢰할만한 데이터 수집에 한계가 있다. 관련 데이터 표준화도 이뤄지지 않아 서로 다른 기준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비교하거나 분석하기가 어렵다.

ESG이니셔티브를 구현하고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도 걸림돌이다. 특히 초기 단계 핀테크 스타트업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ESG 투자에 대한 즉각적인 경제적 수익이 명확하지 않아 당장 자금이 제한적인 핀테크기업이 ESG를 우선순위로 두는 것은 어렵다.

위원회도 이러한 차원을 고려해 세가지 아젠다로 △ESG 활동 참여가 곧 이익이라는 인식을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을까? △다양한 핀테크 업권에서 ESG를 표준화 할 수 있을까? △ESG를 단순한 사회공헌이 아닌 사업 기회로 바라볼 수 있을까?를 설정했다. 핀테크업계 ESG 도입과 확산 장벽을 허물기 위해 다채로운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ESG 위원회 중점 업무와 사업 계획은?

▲앞서 언급한 핀테크 산업 ESG 도입 애로사항으로 인해 협회차원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있다. 핀테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거나 이니셔티브를 구현하는 아이디가 우선적이다. 가장 먼저 핀테크 기업이 개별적으로 하기 어려운 핀테크 가이드라인 제정에 힘쓸 계획이다.

특히 이제는 이론이 아닌 실천으로 나아가야한다는 데에 뜻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다양한 교육을 진행했는데, 교육은 한계가 있다.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공해야한다. 구체적으로는 'ESG 자가진단' 플랫폼을 구현해보고자 한다. 회원사들이 현재 ESG 상태에 대해 스스로 진단해보는 것이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무엇이, 왜 중요한지 알지 못한다.

하반기에는 'ESG 핀테크 어워즈'도 진행할 예정이다. 선제적으로 ESG 활동을 하는 기업을 협회차원에서 인증하고, 핀테크 업권에서 이뤄지고 있는 ESG 활동을 공유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ESG 후발주자에게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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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부 핀테크산업협회 ESG위원장이 13일 서울 우면동 전자신문 본사를 찾아 길재식 부국장과 인터뷰를 했다.

-ESG가 중요한 기업 선결과제로 떠올랐지만 아직도 이에 대한 인지도가 미미한 부분이 있다. ESG가 사업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고 기업들은 왜 ESG 활동을 강화해야 하는가?

▲오늘날 경영계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키워드는 ESG다. 기업 경영 기준으로 ESG가 요구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25년까지 기업에 ESG 의무 공시를 요구했다. 2025년부터 자산이 2조원 넘는 코스피 상장 기업은 친환경, 사회적 활동을 담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유럽연합(EU) 역시 기업에 환경, 인권 문제 등에 관한 활동을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개선하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에 까지 적용될 정도로 국가와 산업을 막론하고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도 바뀌었다. 기업가치 평가의 전통적 기준은 그동안 매출이나 영업이익, 현금흐름 등 제무재표에 기반했다. 하지만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실적이 좋아도 환경영향,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건전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힘쓰고 환경과 같은 비재무적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국내 핀테크업계 ESG 현황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우리나라는 아직 디지털 성숙도에 비해 ESG 진척이 느린 편이다. 핵심은 누가 이니셔티브를 잡아주느냐에 있다. 당연히 정부나 기관이 나서야 한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하면 끝도 없다. 일본만 하더라도 수 년 전부터 사회적 밸류를 높이기 위해 민관이 함께 뛰어들어 사회채권, 그린채권 등을 발행하고 법조화했다.

기업에만 모든 것을 맡길 수 없다. 특히 핀테크업계처럼 다양한 서비스와 규모의 범위가 넓은 산업군은 정부와 기관이 함께 나서서 방향을 제시해야한다. 기업이 1년에 한번씩 공적인 기관으로부터 ESG 평가를 받고, 이에 따라 베네핏을 주는 등 채찍과 당근을 함께 제공해야한다. 당장의 생존이 시급한 중소기업에 무조건 책임만 다 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특히 초반 기틀 마련에 있어서는 예산을 확보해 후원금이나 지원금 제도도 고려해볼만 하다.

-핀테크산업협회 산하에 여러 기업이 있다. 이들의 ESG활동을 어떻게 지원할 방침인가?

▲지난 1년여간의 활동에서 기업들은 'ESG핀테크'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공감을 이뤘다. 업권에서 ESG라는 화두를 던졌고, 이를 시작으로 여러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었다. 그 중 앞서 언급한 핀테크에 특화된 ESG 가이드라인 제정, 핀테크 ESG 교육과정 개발 등이 가장 큰 지원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먼저 핀테크 특화 ESG 가이드라인은 핀테크 기업들이 ESG와 관련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척도가 될 것이다. 당장은 ESG 활동이 우선순위가 아닌 핀테크 기업들도 결국 상장 등 이슈로 ESG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증이 이뤄지면 ESG 활동이 보다 활발하게 이루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소형 핀테크 업체들의 경우 ESG 관련 교육과정 개발하고 진행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위원회는 핀테크 ESG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해 핀테크 기업들이 ESG활동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핀테크 ESG 위원장으로서 한말씀 부탁한다.

▲ESG 위원회 지향점은 핀테크 업권 내 ESG 경영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동으로 활동해 핀테크 업계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에 기여하는 것이다. 형성된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다양한 활동에 동참하도록 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핀테크 ESG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방법론 등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에서 업계와 학계 의견을 두루 담으려 노력하고 있다.

개별 기업이 ESG 활동을 독자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위원회는 ESG 실천과 확산으로 이어지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체계를 마련하는데 힘쓰겠다. 핀테크 ESG 필요성을 알리고,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함께 활동할테니 믿고 동행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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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부 핀테크산업협회 ESG위원장이 13일 서울 우면동 전자신문 본사를 찾아 길재식 부국장과 인터뷰를 했다.

○이원부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핀테크 ESG 위원장은…

초대 핀테크 ESG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이원부 위원장은 동국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로 재직중이다. 연세대학교 경영학 학사, 보스턴 대학교 경영학 석사를 거쳐 1989년 신시내티 대학교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볼티모어 대학교, 메릴랜드 대학교, 텍사스 대학교와 노스캐롤라이너 주립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2015년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장으로 취임하며 국내 최초 핀테크 최고경영자과정을 만들었다. 같은해 핀테크블록체인 최고위과정,핀테크블록체인 학과 개설, 대학 최초로 핀테크 분야 석·박사 통합과정을 개설했다. 한국경영정보학회장과 한국핀테크블록체인학회장을 역임하고 정부·국가기관 정책 자문 역할을 다수 맡으며 학계와 현장을 아우르는 금융·핀테크 전문가로 꼽힌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