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잡학다식] 스마트폰 카메라, 화소가 많으면 화질도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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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nsplash / julius drost)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 화소 수가 정말 많아졌습니다. 불과 수년 전 1억 화소를 지원한 제품이 등장해 화제가 됐는데, 최근에는 2억 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제품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죠. 플래그십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보급형 스마트폰 화소 수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일부 제조사는 보급형 제품에 1억 화소 카메라를 넣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화소 수가 많으면 화질이 좋아지는 걸까요. 스마트폰 화소는 매년 높아지고 있는데, 정작 촬영한 결과물을 보면 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죠. 화소 수가 적은 디지털카메라와 비교해 봐도 스마트폰 화질이 더 좋아 보이지 않는데 말이죠. 화소 수는 적지만, 화질이 좋다고 평가받는 스마트폰도 있고요.

스마트폰이 이미지를 촬영하는 방법
화소 수와 화질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려면, 스마트폰이 사진을 어떻게 촬영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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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이미지 촬영 과정 (출처: 삼성전자)

스마트폰 촬영에 관여하는 부품은 크게 렌즈, 이미지 센서, 이미지처리장치(ISP) 등 세 가지입니다. 먼저 렌즈는 외부의 빛이 들어오는 창구입니다. 렌즈를 통해 유입된 빛은 곧바로 이미지센서로 향하는데요. 이미지 센서는 빛이라는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해요. 스마트폰은 디지털 기기이기에 아날로그 신호를 그대로 읽지 못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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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이미지 후보정 과정 (출처: 삼성전자)

ISP는 이미지 센서가 보낸 데이터를 보정합니다. 밝기 조절, 노이즈 제거 등 사용자들이 좋아할 만한 이미지를 만들죠. 예전에는 ISP가 별도 칩 형태로 스마트폰에 탑재됐는데요. 최신 제품은 핵심 연산 부품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안에 ISP가 들어있어요. ISP는 AP 안에 있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부품과 함께 이미지를 보정합니다.

화소 수를 결정하는 이미지 센서
여러 스마트폰 카메라 부품 중에 화소 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건 ‘이미지 센서’입니다.

이미지 센서에는 수많은 픽셀(Pixel)이 존재합니다. 각각의 픽셀은 마이크로 렌즈, 컬러필터, 포토 다이오드로 구성돼 있어요. 마이크로 렌즈는 빛을 모읍니다. 컬러 필터는 빛의 삼원색인 빨강(R), 초록(G), 파랑(B) 중에 일부 색만 통과시키죠. 포토 다이오드는 빛이라는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해요. 이미지 센서는 이를 통해 디지털 이미지 데이터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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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센서 구조 (출처: SK하이닉스)

픽셀은 다른 말로 ‘화소’입니다. 이미지 센서는 화소의 집약체라고 볼 수 있는데요. 1억 화소, 2억 화소라는 스마트폰 사양은 이미지 센서가 지닌 전체 화소 수를 뜻합니다.

화소 수가 많으면 무엇이 좋을까요. 이미지가 보다 선명합니다. 화소는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한의 단위라고 생각하면 돼요. 우리가 보는 이미지는 사실 수많은 점의 집약체입니다. 이 점이 곧 화소고요. 1억개의 점으로 그린 그림과 1000개의 점으로 만든 그림 중에 무엇이 더 또렷하게 보일까요. 당연히 1억개 점을 사용한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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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삼성전자)

화소가 많으면 좋은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미지를 확대해도 화질이 크게 저하되지 않아요. 해상도라는 용어를 많이 들어봤을 텐데요. 해상도는 가로·세로 방향의 픽셀 수를 나타냅니다. 보통 화소가 많으면 해상도도 높습니다. 해상도가 큰 이미지의 경우 더 많은 화소로 촘촘하게 이미지를 만들기에, 확대하더라도 화질 저하가 크지 않아요.

더 중요한 건 이미지 센서 크기
단 화소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화질이 좋다고 보긴 어려워요.

가장 중요한 건 큰 이미지 센서와 적당량의 화소입니다. 이미지 센서는 빛을 받아서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한다고 했죠. 고화질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선 많은 빛을 수용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센서 크기가 커야 유리합니다. 외부 빛을 처음 받아들이는 렌즈도 좋아야 합니다. 후보정을 담당하는 ISP와 AP 성능도 뛰어나야 고품질 이미지를 얻을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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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별 이미지 센서 크기 비교 (출처: BBC research)

아쉽지만 스마트폰은 물리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한 손으로 들고 다니는 휴대용 기기이기에, 렌즈와 이미지 센서 크기를 무한정 늘릴 수 없어요. 넣을 수 있는 이미지 센서 크기가 제한됩니다. 실제 스마트폰 이미지 센서를 보면 엄지손톱 크기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디지털카메라는 이러한 제약이 없어, 훨씬 큰 이미지 센서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화질이 훨씬 뛰어나죠.

‘그냥 큰 이미지 센서를 넣으면 안 되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너무 큰 이미지 센서를 쓰면 스마트폰 크기도 덩달아 커집니다. 화질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폰에 비해 큰 이미지 센서를 사용하면, 이른바 ‘카툭튀(카메라만 툭 튀어나왔다)’가 발생합니다. 훨씬 큰 이미지 센서를 탑재하면 더 이상 스마트폰의 형체를 유지하기 어렵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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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nsplash / theregisti)

너무 많은 화소는 독이 될 수도
작은 이미지 센서에 화소 수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화질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개별 화소 크기가 작아져서 빛 감도가 낮아질 수 있거든요. 빛 감도가 낮아졌다는 건 충분한 빛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또 화소가 오밀조밀 붙어있으면, 인접한 화소에 빛이 전달되는 빛 간섭 현상이 발생해, 화질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조사들은 여러 개의 화소를 하나로 결합하는 ‘픽셀 비닝(Pixel Binning)'이라는 기술을 사용합니다. 화소가 작으면 빛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야간 촬영 이미지 품질이 저하됩니다. 픽셀을 묶으면 보다 많은 빛을 수용할 수 있어,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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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픽셀 비닝 기술 종류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경우 4개의 화소를 하나로 모으는 테트라픽셀, 9개의 화소를 결합한 노나 픽셀, 16개 화소를 하나로 묶은 테트라스퀘어드픽셀 등의 픽셀 비닝 기술을 사용합니다. 또 아이소셀(ISOCELL)이라는 기술을 사용해, 화소 사이에 격벽을 세워 빛 간섭 현상을 최소화한다고 해요.

단 이러한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스마트폰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아직 큰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디지털 카메라를 이길 수 없죠. 최근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기술을 활용해 후보정 처리로 이미지 품질을 올리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화소만 높은 스마트폰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를 넘어서는 날이 언제 올지 기대되네요.

테크플러스 윤정환 기자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