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총장 홍원화)는 조연정 물리학과 교수팀이 박세영 숭실대 교수, 임준원 아주대 교수, 김창영 서울대 교수 등과 함께 반도체 화합물인 코발트이황화물에서 역대 가장 큰 값의 내재적 이상 홀 전도도를 실험적으로 발견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독특한 위상 전자구조를 갖는 물질이 기존 자기 전도 현상의 강도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것을 확인하면서 자성 소재 및 스핀 정보소자 분야에서 위상학적 특성을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홀 효과는 전류가 흐를 때 물질 내의 전자가 일정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동안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를 통해 물질 내 전하 운반자 종류와 밀도 등 기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현재 다양한 홀 효과들이 발견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상 홀 효과'가 양자물리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상 홀 효과는 외부 자기장 없이도 자석성을 가진 물질에서 수직 방향으로 전위차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높은 전도도를 이상 홀 전도도라고 한다.
위상학적 밴드 구조에서 비롯된 내재적 이상 홀 효과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대칭성을 갖는 전자 밴드가 교차하면서 만들어지는 밴드 교차점과 그 근처에서 강하게 발현되는 베리 곡률에 의해 유도된다. 관련 연구는 차세대 전자 소자 개발에 중요한 기초가 되며, 신소재 개발에도 많은 응용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공동연구팀은 철(Fe)을 5% 도핑한 코발트이황화물에서 역대 최대의 이상 홀 전도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화학적 도핑으로 코발트 대신 소량의 철 원자를 포함시켜 페르미 레벨을 낮춘 결과다. 연구팀은 X선 회절(XRD)과 각분해능 광전자 분광법(ARPES)을 사용해 페르미 레벨의 변화를 확인했다.
또 연구팀은 밴드 구조 계산을 통해 코발트이황화물의 페르미 레벨보다 60meV 낮은 에너지에서 베리 곡률의 근원이 되는 위상학적 밴드 교차점이 있음을 예측하고, 화학적 도핑으로 페르미 레벨을 조절해 최대 이상 홀 전도도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코발트이황화물의 밴드 구조에서는 대칭성에 의해 4개의 동등한 베리 곡률 원천이 존재하며, 이 때문에 이상 홀 전도도가 4배 가까이 증가해 역대 최대의 내재적 이상 홀 전도도를 갖게 되는 것을 확인했다.
조연정 교수는 “이상 홀 효과를 이용해 고효율, 저전력 장치를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이는 전자기기를 더 작고 성능 좋게 만들기 위한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단일 물질에서 독특한 위상 전자구조로 인해 이상 홀 전도도가 기존 강자성체 대비 최대인 물질을 발견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발표됐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