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신산업분야 갈등 관리가 필요하다

갈등(葛藤)은 오른쪽으로 회전하며 성장하는 덩굴식물 칡을 뜻하는 갈(葛)과 왼쪽으로 회전하며 성장하는 등나무 등(藤)을 한자로 사용한다.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처럼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모든 구성원이 원하는 바가 일치하지 않고, 설령 일치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구성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또 다른 욕구를 만들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쩌면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시점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내적 갈등, 개인과 개인의 갈등, 개인과 집단 또는 집단과 집단 간의 갈등 속에서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갈등을 빚고, 또 갈등을 해결하며 성장해왔다. 세 차례의 산업혁명이 이를 증명한다. 인류 역사의 가장 큰 전환점이었던 1차 산업혁명은 인간을 육체노동에서 해방시키고 생산성 증대를 가져왔다. 2차 산업혁명은 대량생산·대량소비 시대로의 전환, 그리고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간을 육체노동뿐만 아니라 지식과 정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산업구조를 만들었다.

세 차례의 산업혁명은 인류의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역시나 다양한 갈등이 존재했다. 급격히 변화된 생활 환경으로 사회는 분화됐다.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에서, 새로운 산업과 기존 산업 간 갈등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면서 지금의 세계를 완성할 수 있었다.

2024년의 대한민국은 디지털전환을 넘어 인공지능(AI) 전환을 바라보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한 혁신 신산업이 움트면서 갈등 역시 나타나고 있다. 산업의 축이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플랫폼과 기존산업, 소위 신·구사업자 간 갈등이 우리 사회 다방면에서 심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다. 언제 어디서든 이동 차량을 호출할 수 있는 타다 등장은 기존 택시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2020년 3월 '11인승 이상 15인승 렌터카'의 대여 시간과 장소를 제한한 '타다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모빌리티 업계 혁신은 크게 위축됐다. 신산업이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던 정부는 택시업계 반발에 못이겨 제재를 가했고, 모빌리티 기업과 승객은 불편함을 떠안아야 했다. 그리고 벤처업계에 커다란 상흔을 남겼다.

타다 외에도 신산업 영역에서 기존 산업과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사례는 많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로부터 변호사 소개와 알선행위 금지의무를 위반했다며 고발당했다.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나, 변협은 로톡 이용 변호사를 징계하기 위해 규정까지 개정했다. 다행히 법무부는 변협이 내린 징계를 취소했다.

비대면 진료 분야에서 닥터나우와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간에 약 배송 허용과 비대면 진료 확대 여부로 논쟁이 일었다. 오진과 약물 오남용 등 우려로 비대면 진료 확대를 반대했지만, 최근 의료 공백이 속출하며 비대면 진료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업계 간 갈등 원인은 이익 문제가 가장 크다. 새롭게 등장한 신산업이 기존 산업의 이익을 나눠 가져간다는 경계심을 만들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지난 역사에서도 기술 발전이 산업 변동을 야기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존재했다. 다만 갈등이 갈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갈등을 적절히 관리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있어야 건전한 시장 경쟁과 발전에 도달할 수 있다.

현재 신산업과 직역 단체 간 갈등은 대부분 공적 기관에 의한 법·제도적 접근으로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기존 직역 단체 입장에서는 소송과 같은 법적 조치가 플랫폼에 대응하기에 가장 효과적이고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발생한 갈등을 해결하는 데 오랜 시간과 소모적인 사회적 비용이 투입된다는 것을 앞선 사례에서 우리는 확인했다.

지금부터라도 신산업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요인을 사전에 조정하고, 본격적인 갈등이 발생하기 전에 이해당사자 간의 상호 이해와 조율과정을 거쳐 조정하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직역 단체와 갈등에서 벗어나 미래를 위한 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신산업이 기존 산업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시장을 확장하는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기존 산업과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신산업분야 벤처·스타트업의 갈등조정과 규제 전주기 관리 등을 관장하는 창업벤처규제혁신단을 신설했다. 신산업분야 갈등 완화를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조정·중재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법적 수단에만 의지해온 기존 갈등관리 방법을 변화시킬 수 있는 초석으로써, 이해당사자 간 상호 윈·윈하는 대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기본적으로 소비자 후생, 사회적 편익 관점에서 갈등관리 방향을 설정하고, 신·구 사업자 간 공정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기존 산업의 신기술 도입과 활용을 촉진하는 정책적 지원도 강구해야 갈등은 서서히 봉합될 수 있다.

현재도 대다수 플랫폼 비즈니스 갈등 사례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AI, 빅데이터 등 신산업분야에서는 기존 법체계에선 생각지 못했던 갈등 사례가 지속 나타날 것이다. 벤처·스타트업 개별기업이 갈등이나 규제로 인해 성장을 막는 사례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예측 가능하고 상생협력을 추구하는 갈등관리 패러다임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대표 eric.sung@kov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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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

〈필자〉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은 1972년생으로 대구 달성고,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앤더슨컨설팅을 다니다 2004년 위성통신 안테나·솔루션 전문 기업인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를 창업, 2016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2018년 전파방송기술대상 대통령 표창, 2020년 무역의날 장관 표창, 지난해엔 한국거래소 코스닥 라이징스타 선정, 광대역 국제위성통신 인증, 1억불 수출 탑을 수상했다. 2016년부터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2020년 11월부터는 수석부회장을 역임하며 국가 경제 활성화와 벤처생태계 발전에 힘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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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신산업 기업과 기존 직역단체와 갈등 사례 - 자료=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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