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예치금을 관리할 의무가 있는 가상자산사업자(VASP)와 전자금융업자 간 규제 형평성 논란이 짙어지고 있다.
오는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따라 가상자산거래소 거래소에 예치한 현금에 대해서는 이자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예치금 이용료 지급'이 의무화되는데, 이와 유사한 성격을 지닌 전자금융업 사업자 선불충전금에 대해서는 유사수신 규제를 들어 이자 지급 자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선불업 감독 범위 확대와 선불충전금 별도 관리 의무화 등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오는 9월 시행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개정안 시행령 선불충전금에 대한 이자지급 금지를 명문화한 조항이 추가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행 전금법은 전자금융업자가 이용자 예탁금에 이자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용 실적 등에 따라 재화·용역을 구매할 수 있는 경제상 이익(리워드)를 제공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다만 지난 2019년 토스 등 주요 전금업자들이 포인트 리워드 비율을 충전액의 5%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경쟁에 나서자 금융당국이 '유사수신 여지가 있다'며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전금업자들은 보유한 증권사 계좌를 연계해 이자를 지급하거나 제도권 은행과 업무협약을 통해 고금리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자장사'라는 지적에 대응해 왔다.
이달 기준 각사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비바리퍼블리카 등 주요 전금업자 선불충전금 규모는 합계 7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대비 20% 가량 늘어난 규모다. 간편결제 시장이 성장하면서 시장규모도 덩달아 커진 것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전금업자의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들 전금업자는 선불충전금 일정 비율 이상을 은행 등에 신탁해야 한다. 해당 자금 운용으로 발생하는 수익은 낙전수익으로 전금업자들이 거둬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에는 가상자산거래소 역시 유사수신 문제로 이자를 돌려주지 않아 같은 논란에 오른 바 있다. 이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관련 법 도입으로 혜택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방향으로 정리가 이뤄졌다. 은행은 가상자산거래소 예치금을 맡아 국채나 지방채증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발생한 수익과 이자는 거래소가 받아 고객에게 지급해야 한다.
전금업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제지를 핑계로 전금업자들이 지금까지 소극적 대응하며 이자수익을 챙겨온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이는 이는 고객 입장에서 명분을 이해하기 어려운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