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제약사들이 국내서 큰 폭의 매출 성장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R&D) 투자와 고용 확대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화이자의 경우, 2020년 4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던 국내 매출이 지난해 1조6017억원으로 4배 이상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1억원 적자에서 638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하지만 R&D 투자는 73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한국MSD 매출도 2020년 4846억원에서 지난해 7609억원으로 급증했지만, R&D 투자는 150억원에서 92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다른 제약사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한국오츠카제약 등이 30% 이상 매출이 성장했지만, R&D 투자는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매출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고용을 줄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10대 제약사 중 5곳이나 국내 고용 인원이 줄었다. 특히 한국MSD는 임직원 수가 34%나 급감했다.
이 같은 추세는 글로벌 제약사들에게 우리나라가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키는 결과다. 물론 글로벌 제약사들의 사업모델이 본사 의약품을 국내서 유통만 하는 한계가 있고, R&D 기능도 미약해 양질의 고용 창출이 힘든 탓도 있다. 그나마 소폭 단행되는 R&D조차 본사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 중 일부 임상시험을 위탁받아 국내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달 첨단바이오 글로벌 3대 국가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핵심은 우리의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기반으로 2035년 바이오 선도국으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 바이오 집중 육성, 바이오 제조혁신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바이오 파운드리 등 인프라 구축과 함께 '글로벌 협력'에도 방점을 찍었다. 기왕에 정부 정책을 세웠으니 실행력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긴밀한 협력은 그 파급효과 작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글로벌 선진업체들과의 협력은 바이오·제약 스타트업을 비롯한 산업 생태계를 고도화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우리나라에서 거둔 과실을 현지에 재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또 국내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는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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