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제 아빠, 충전 다 되었네요.” “네~ 감사합니다. 지금 내려가요.”
고맙게도 아래층 주민이 자기차 충전을 위해 차를 빼달라 연락을 준 것이다. 아직 충분하지 않은 전기차 충전기는 물론, 그마저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완속 충전기이기에 요즘 아파트 이웃 주민간에 서로간 편의를 위해 돕고 사는 모습이다.
전기차 보급 이면에는 정부의 탄소중립정책이 작용했으며 전기차 이용을 활성화 시키려면 부수적으로 전기차 이용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급속 충전기 공급도 원활해야 할 것이다.
탄소중립 배경에는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로 인한 이상기온을 멈추기 위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낮추려 하는 세계 각국의 의지가 있다.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이하로 억제하자는 내용을 담은 파리기후변화 협약이 채택됐다.
이후 많은 국가가 탄소중립을 위해 내연기관차 퇴출에 앞장섰고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노르웨이는 2025년, 영국이 2035년, 프랑스가 2040년을 목표로 제시했고 서울시도 2035년에는 전기차·수소전기차만 등록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가별 친환경 정책과 탄소저감 요구에 따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기차 충전시스템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친환경차로 전환하며 전기차 생산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주행 중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니 친환경에 적합하다고 평가한다. 유럽 교통전문 NGO인 교통과환경(T&E)은 유럽 내 전기차는 어떤 전력을 써도 내연기관차보다 3배 적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했고, 디젤차는 2.6배, 휘발유차는 2.8배가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발표했다.
또, 전기차의 경우 기술개발을 통해 친환경성이 더 좋아질 것이며 배터리와 차체 제조 공정에서 재생에너지를 쓰고 가공공정과 배터리 재활용 기술의 발전으로 배터리 생산과정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는 2021년 23만1497대, 2022년 38만9855대, 2023년 54만3900대, 2024년 54만5787대가 보급될 전망이다. 또, 정부의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따르면 2030년 기준 누적 420만대의 전기차를 보급해야 하는데 이는 향후 6년 내 그간 보급 실적의 5배 이상의 신규 보급이 필요한 실정이다.
또, 전기차가 원활하게 보급 되려면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할 전기차 충전시설 확충도 비례해야 되는데 전기차 충전기(AC/DC)는 2023년 통계에 따르면 급속충전기 2만5548대 완속충전기 21만5147대로 전국 24만695대가 설치돼 있다. 주로 공용시설과 집단거주시설 충전기에 의지하는 이용객 특성상 전기차 충전에 따른 불편들이 상존하고 있다.
하루 5만대의 차량이 이용하는 고속도로의 경우 50㎾ 급속충전기 892기 200㎾초급속충전기 132기가 설치됐다. 전국 휴게소 206개 평균 4.9개의 충전기로 낮은 성능과 충전시간 지연에 따른 이용객의 불편이 증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2030년까지 충전인프라 구축 목표에 따르면 총 123만대의 전기차 충전기를 주거지, 직장, 근린생활시설, 판매시설 등 생활권과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 공영 주차장 등 이동거점별과, 전기버스, 전기택시, 전기화물 등 상용거점별로 설치해 안정적 전력공급망을 지원한다는 로드맵이 있다.
아쉬운 점은 연간 전기차 생산량은 10만대인데, 가장 큰 전기차충전기 제조공장에서의 충전기 생산량은 아직도 연간 1만대 수준이라는 점이다. 2024년 3월 5일 환경부 보도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시설 보조사업 예산을 전년 대비 42% 증가한 3715억원을 집행한다. 이는 7kw 완속충전기 11만기와 100kw급 급속충전기 1만875기를 설치할 수 있는 규모다. 이중 전기차 이용자들이 원하는 주요 충전기 사양은 빠른 시간에 충전이 가능한 50kw 이상 급속충전기다.
국내 전기차 충전기는 주로 가정이나 공공장소에서 쓰는 3~7KW의 속도로 충전되는 완속 충전기와 고속도로 등에서 쓰는 50KW~350kw로 빠르게 충전되는 급속 충전기로 구분된다. 국내 충전기 제조사중 2023년 7월에 발표된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 경쟁력 비교에 따르면 SK시그넷, 대영채비, 이브이시스, 피앤이시스템즈 등이 충전기술과 파워모듈, 해외확장성 등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해외 충전기중 급속· 초고속 충전기와 테슬라 전기차에 최적화된 테슬라 슈퍼차저가 충전속도가 빠르며 긴 주행 거리를 운행하도록 충전 할 수 있다. 급속충전 분야에서도 트리튬, 슈나이더일렉트릭의 90kw~360kw까지 다양한 충전기가 있다. 또 글로벌 협력을 통해 우수한 충전기 회사의 다양한 제품들이 도입되어 국내 충전기 생산 제품과 선의의 경쟁을 하도록 시장이 개방돼야 한다.
또, 소비자들은 자신의 편의에 따라 전기차 충전기를 선택 설치했으면 한다. 이들 국내외 충전기 제조사들의 원할한 충전기 공급은 전기차 사용자들의 불편 해소를 통해 전기차 시장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뿐 아니라 사용자들에게 양질의 성능좋은 충전 옵션을 제공하리라 본다.
국내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전기차 충전기를 효율적으로 보급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기술혁신으로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방법으로 첫째, 공동거주지나 직장 등 생활거점과 고속도로, 도로변, 주유소 등 이동거점에 충전속도가 빠른 급속 ·초고속 충전기를 적재적소에 집중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둘째, 기술개발을 통한 충전기의 속도향상 및 품질제고를 위해 전기차 배터리를 통째로 탈부착하는 방식의 충전방식을 개발하여 심야전기 요금으로 충전했다가 이용자가 충전하러 들어오면 신속하게 배터리를 교체해 충전 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적용해야 한다. 또, 유·무선 초고속 충전방식의 충전기 개발과, 태양광으로 발전해 심야에 저장장치에 전기를 보관한 후, 필요시 전기차량에 충전하게 하는 방식으로 개발하는 등 충전시간을 단축하게 하고 품질과 사용자 편의성을 다양하게 제고해야 한다.
셋째, 다중융합(Trivergence)으로 전기차와 충전서비스 업체간 제품표준화와 협력과 융합으로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넷째, 사용자 의견 수렴으로 전기차 사용자 의견을 반영한 설치위치 선정과 편의성, 결재방식, 화재예방(안전성) 규제개선 등 피드백을 충전기 보급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국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위해 충전인프라 발전은 필수적이며 기술개발을 통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전기차 이용자들은 효율적이고 안전하고 보다 빠르게 충전할수 있으며 먼길을 떠날 때도 급속 충전으로 오랜시간 기다리는 불편이 최소화 되기를 바랄 것이다.
매년 이상기온으로 해수면 온도 상승이 최고치를 갱신하며 많은 태풍과 폭염, 홍수와 폭설과 한파로 시달리는 지구촌의 환경 재난이 반복되는 이유로 이산화탄소 저감이 우리의 생존문제로 부각된게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구 기온상승을 막는 친환경자동차는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해답으로 전기차 보급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전기차충전기 보급을 원활히 하여 전기차 사용자를 위한 인프라 확충 또한 중요한 과제로 부상되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오한석 단국대 교수 ohsim2004@dankook.ac.kr
〈필자〉오한석 단국대 교수는 2005년부터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 기술개발센터장, 정책기획실장, 중견기업단장 등 국가연구개발 정책·기획·평가, 기술개발, 중견기업 육성 지원업무를 두루 수행했다. 현재 월드클래스기업협회 자문교수,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 비상임 이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렴옴부즈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중이며 단국대 대학원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전담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6년 중견기업육성 유공 국무총리 표창, 2019년 소재부품기술개발 유공으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