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에서 활동할 과학기술계 출신 당선인들은 업계 인력난 해소를 위해 성과주의예산(PBS) 제도 개편과 과학기술부총리 신설 등 정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실리콘밸리처럼 해외 우수인력 유치 등을 해결책으로 꼽았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당선인(대전유성을)은 “연구자들을 만나보면 자신의 자녀에겐 과학자가 아닌 다른 직업을 추천할 것이라는 자조섞인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자기 자녀에게조차 직업을 추천하지 않을 정도로 과학자·연구자라는 직업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과학기술계 인력난 심화의 원인으로 인력양성 정책 수립·실행 과정이 숫자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을 지적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당선인(비례)은 “초거대 AI 인력 20만명 양성 등 (인력이) 모자라니 숫자를 늘리자는 원초적인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질이 보장되지 않으면 양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며 “지금까지 숫자만 천명한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같은 이슈가 반복되는 걸 보면 옳지 않은 방법을 열심히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충권 국민의미래 당선인(비례)도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인재가 없다는 문제 인식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당선인들은 다양한 방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황 당선인은 과학기술인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당선인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이 우러러보는 기술력을 가지게 된 것은 결국 과학자들이 자부심을 갖고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어왔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과학기술인 처우 문제로 사기가 낮아진 데다 정부가 '카르텔', '갈라먹기식 R&D'라는 표현을 사용해 모욕감까지 주자 현장은 정말 쑥대밭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부심을 지킬 수 있도록 PBS 제도 개선, 임금피크제 개선 등 과학기술인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나가겠다. 또한 과학기술부총리제 신설 등 과학기술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한 핵심 과제들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했다.
박 당선인은 사회적 문제 해결과 연구 환경 개선이 과학기술계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라는 입장이다. 박 당선인은 “저출산 대책·52시간 근무·정규직 문제·예산 문제 등 모든 사회적 문제로부터 해법을 다시 모색해야 한다”면서 “정부에서 계약정원제 등을 통해 산업수요와 인재 공급을 맞추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욱 유연한 제도가 필요하다. 특히 ICT 분야에 비해 기초과학은 더욱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 당선인의 의견도 비슷했다. 이 당선인은 “학교 의무교육 부분부터 과학·기술·공학·수학(STEM)에 대해 강화를 해야 한다 전공자가 합당한 대우를 받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자연스럽게 인재가 모인다”고 했다.
최수진 국민의미래 당선인(비례)도 “2004년 이공계 지원 특별법이 제정된 후 일부 개정이 이뤄져 왔으나 대대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며 “외국인 확대 등 이공계 범위부터 다시 재정립하고, 제대로된 연구 환경을 조성해 청년 과학자들이 건실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수한 해외인력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박수민 국민의힘 당선인(서울강남을)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는 점에서 해외 우수인력 유치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실리콘밸리도 여러 인종이 모여 함께 하듯이 우리도 다문화사회를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