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첫 입성 IT·과기인은 6명 뿐...4선 중진으론 '안철수' 유일
1호 법안은 국가예산목표제, '이공계 지원 특별법' 개정 등 다양
전문성 살려 과방위·산자위 상임위 활동 우선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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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IT 출신 22대 당선인 6인의 1호 법안 추진 계획 및 희망 상임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출신 당선인은 7명이다. 이중 6명은 국회 첫 입성 '초선'이다. 재선 이상으로는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4선 중진이 된 안철수 의원이 유일하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활약했던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네이버 출신 윤영찬 의원 등은 재선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비례대표 1번에 '여성 과학자'를 상징적으로 배치했던 관습도 이번 총선에서는 사라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법조인 출신 당선인은 61명이다. 전체 의원 중 20%가 넘는다. 과기·IT인 출신과 비교하면 10배 수준의 차이를 보인다. 입법 기관인 국회에 법조인 비중이 많은 것이 당연하지만, 첨단기술 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22대 국회에 입성하는 초선 6인들은 이구동성으로 국회에서 과기·ICT 분야 전문가들의 활동 보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산업과 사회 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인공지능(AI) 혁명 시대에 맞춰, 국회에서도 관련 전문가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당선인은 “전세계는 디지털 전환을 넘어 AI 전환기에 있는데, 입법을 담당하는 대한민국 국회의 속도는 너무 느리다”며 “과학기술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이 국회에 적어도 10%는 차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수진 국민의미래 당선인도 “매번 소수의 전문가만이 국회에 입성해서 초선으로 지내다 사라지면서 정책 연속성도 없다”며 “많은 전문가들이 입법 영역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1호 법안'은…'국가예산 목표제' '기업연구소지원법' 등 다양

과기·IT출신 초선 6인은 22대 국회 개원 즉시 전문 지식을 살린 '1호 법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은 '국가 연구개발(R&D) 강화·과학기술 거버넌스 확립·이공계 인력 양성' 등을 내세웠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당선인(대전 유성을)은 '국가 예산 목표제'를 내걸었다. 우주항공전문가인 그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R&D 예산을 무참하고 무도하게 수 조원이나 삭감됐다. 현장 연구자들은 어떤 이유도 듣지 못한 채 '카르텔'이라며 모욕당했다”며 “1호 법안으로 국가 예산의 5% 이상을 국가 R&D에 투입하는 국가예산목표제를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의 기분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R&D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해민 당선인 역시 “시급한 R&D 예산 관련 법안을 우선 추진하려 한다”며 “더 이상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국가 R&D 중장기 투자전략' 같은 계획이 무산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 R&D 사업의 지속성·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비가역적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공계 지원 특별법안'도 제시했다. 국민의미래 최수진·박충권 당선인은 외국인 이공계 인력에 대한 지원 확대, 우수연구자 정년 폐지 등을 담아 미래 이공계 인재 육성 의지를 밝혔다.

현대제철 연구원 출신 박충권 당선인은 '기업연구소 지원법안'(가칭) 제정도 준비 중이다. 그는 “현행 기초연구법이 기초연구진흥 전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기업부설연구소 부분을 개별법으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며 “기술개발, 금융, 세제지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 고동진 국민의힘 당선인(강남병)은 반도체 메가시티 특별법을 비롯해 몇 가지 법안 후보를 두고 고심 중이다. 그는 “여러 굵진한 법안을 두고 다듬는 중”이라며 “아직 1호 법안을 결정내리진 못했다”고 말했다.

AI 스타트업 대표 출신인 박수민 당선인(강남을)은 양극화 및 중산층 강화를 위한 시리즈 법안과 AI 산업 관련 활성화 법안 등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

◇“초격차 기술 확보”…한국형 '하르나크' 원칙·규제 개선 등 필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첨단산업 육성에는 혁신적인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충권 당선인은 “기업의 자율성을 높여주고,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히 풀어줘야 한다”며 “아직도 신산업에 나서는 기업의 도전에 방해가 되는 규제들이 곳곳에 숨어있다”고 말했다.

국회내 규제 개선을 포함해 과학기술정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처 설립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해민 당선인은 “의원들이 활발하게 과학기술 입법에 대한 토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국회내 마련돼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과학기술 영역만큼은 정치 논쟁으로 끌고 가지 않아야한다는 점도 같이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아 당선인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한국형 하르나크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R&D를 추진해야 초격차를 달성할 수 있다”며 “부정부패나 위법·불법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되, 기초연구 예산 정률 투자, R&D 오픈 플랫폼 구축 등 우리만의 하르나크 원칙을 만들어야 우리의 미래를 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을 알아야 문제 해결”…'과방위' '산자위' 우선지원

이들이 어느 상임위원회를 선택할지도 관심이다. 황정아, 이해민, 박충권 당선인은 희망 상임위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고동진, 최수진 당선인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1순위로 지목했다. 박수민 당선인은 국토교통위, 정무위, 산자위 중에서 고려 중이라 밝혔다. 현장에서 쌓은 전문성을 살려 상임위 활동을 하겠다는 각오다.

황정아 당선인은 “현장을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과학강국 시대를 견인할 정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과방위를 꼽았다.

바이오 전문가 최수진 당선인은 산자위와 함께 보건복지위원회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그는 “바이오·의료 분야에서 빅데이터와 AI와 같은 과학 기술을 활용해 국민이 온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하고 싶다”며 “산자위와 복지위 중에서 상임위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충권 당선인은 공학도이지만 '탈북민 청년'이기도 하다. 그는 전문성을 살려 과방위에서 활동하면서 겸임 상임위로 정보위원회도 하고싶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문제도 기본적인 저의 아이덴티티이기 때문에 겸임 상임위로 정보위 활동도 고려하고 있다”며 “탈북민 지원과 무기 및 안보 분야 등에서도 의정활동을 활발히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