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한전 부채 202조원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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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이스라엘 보복공격으로 중동지역 긴강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4일 이란으로부터 본토를 처음 공격받은 이스라엘은 미국 등 서방국들의 만류에도 재보복을 천명했다. 시점을 못 박지 않으면서 양 국을 둘러싼 긴장감은 여전히 팽팽하다.

그동안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탔던 우리나라 수출에도 커다란 부담일 수밖에 없다. 특히 총선을 치르며 묶어놨던 국내 물가도 소비재를 중심으로 슬금슬금 오르면서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도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문제는 이처럼 물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공공분야가 발이 묶이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전력요금이다. 전기를 생산하는 한국전력은 민간기업이지만 전기요금과 전력도매가격(SMP) 등으로 정부 규제를 받는다.

한국전력의 부채는 202조원에 이르고 최근 3년간 누적적자는 43조원에 이른다. 최근 실적만 보면 한전은 지난해 3분기 10분기만에 흑자전환한 데 이어 지난 1분기에도 흑자가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4월 이후 5차례 이어진 전기요금 인상과 올 상반기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 효과 덕분이다. 또 자산매각과 사업조정, 비용 절감, 임원보수 삭감 등에 나서면서 적자 폭을 줄이려는 자구 노력도 보태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해 많은 투자가 필요한 한전이 부채를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에는 국제유가 상승과 정부의 물가 잡기에 나서면서 다시 한전의 재정난 해결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해야 하는 전기료를 묶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동, 러시아 등 주요 원유 산지에서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서 발전의 주 원료인 국제유가 상승세가 더욱 힘을 받으면서 배럴당 100달러 돌파 가능성도 무게가 실린다.

글로벌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올해 8~9월에 브렌트유 기준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국제유가의 상승은 국내에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국제유가가 에너지 원가의 선행지표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은 더욱 불가피하다.

정부도 한전의 누적 적자 해결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과 전력요금 개편 등 여러 카드를 들여다 보지만 뾰족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전력거래소 등 관련 기업을 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의 적자가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지를 파악하는 단계로 풀이된다. 우선 새는 곳을 막자는 취지다.

그럼에도 200조 원을 웃도는 한전의 부채를 고려하면 전기요금 인상을 외면하기 어렵다. 한전은 2022년부터 2036년까지 송변전 설비 구축에 56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반도체·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 지원과 시장환경에 대응해 막대한 자금을 사용하고 있다.

일반 대중과 기업에는 요금 인상이 곧 비용으로 전가되는 만큼 정부로선 요금인상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전이 누적적자로 인해 전력인프라에 투자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국민과 기업에게 간다. 정부는 비록 어려운 여건이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 관점에서 전기요금의 합리적인 가격점을 찾아야 할 때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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