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SW 산업이 불행한 이유, 정치 권력의 부재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각기 달리 불행하다.”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문학사에 가장 유명한 도입 문장 중 하나다. 불행한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행복은 공통 조건을 갖출 때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문장이 오랜 시간 동안 힘을 갖는 이유는 가정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대입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기 때문일 것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에 따르면 소프트웨어(SW) 산업은 행복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산업이 혁신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축이 필요하다. 정부(행정), 산업(기업), 정치(국회)가 모두 제기능을 발휘할 때 산업은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조건을 갖춘다.

하지만 SW 산업에는 정치 권력의 축이 빠져있다. 총선이 무사히 끝났지만 SW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줄 정치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21대 국회에서 SW 관련 법안을 이끌었던 정치인들이 이번 총선에 불출마하면서 SW 정치 권력은 더 힘을 잃었다.

지난해 말 행정망 마비 사태를 비롯해 공공 정보화 시스템의 질적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에는 국회의 권력 감시가 부재한 탓도 크다. 기재부가 예타를 거친 대형 공공화사업 예산을 추가로 30% 삭감해왔지만 국회는 선출되지 않은 '곳간 권력'을 견제하지 않았다.

SW 현장을 취재하다보면 디지털플랫폼정부,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산하 기관은 SW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기업에서도 AI를 비롯한 SW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력 부재로 SW 산업은 행복의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도 지지부진하고, 정보화 시스템은 오류의 연속이다.

SW 가치 인정을 비롯해 오랜 이슈를 해결할 입법안이 없으면 향후 4년 동안에도 SW 산업 혁신은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IRA, 칩스법 등으로 이차전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의 마중물을 마련한 것처럼 한국의 정치 권력도 SW 관련 입법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 SW 혁신의 마지막 퍼즐은 정치 권력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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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호 AI데이터부 기자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