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AI를 활용해 나는 다음과 같이 소설 창작 작업의 모든 과정을 수행할 수 있었다.
1. 메타 인지: 당신은 일상 속 숨겨진 아름다움과 깊은 인간 감성을 탐구하는 데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매력적인 캐릭터와 그들의 성장 여정에 감동을 받는 섬세한 취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2. 리서치와 레퍼런스 찾기: 당신이 좋아할 만한 작품은 솔라리스(스타니스와프 렘),해리 슬로터의 타임 패러독스 (오슨 스콧 카드)입니다.
3. 소재와 줄거리 만들기: 양자 암호화와 의식 네트워크: 솔라리스의 신비로운 바다는 인간 의식을 반영하고 실체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후략.
줄거리: 주인공은 QCN의 개발자 중 한 명으로, 최근 사망한 과학자의 의식을 네트워크에 업로드하는 실험을 진행합니다. 실험이 진행되면서, QCN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네트워크는 과학자의 의식을 단순히 저장하는 것을 넘어서, 그의 생각과 감정을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실체로 변환시킵니다. 이 현상은 솔라리스의 바다가 인간 의식을 실체화시키는 방식을 모방한 것으로, 이를 통해 솔라리스의 비밀과 인간 의식의 신비를 탐구하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후략.
4. 시놉시스(플롯)와 기획서: ‘Quantum Echoes’는 미래 사회에서 양자 암호화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인간 의식을 디지털화하는 'Quantum Consciousness Network (QCN)'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SF 소설입니다. 후략.
소설 장면: 지유는 긴장한 손으로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린 채 잠시 망설이다가, 깊은 숨을 내쉬었다. "시스템, 과학자 의식 업로드 프로토콜을 실행해 줘." 그의 명령에 따라, 작업 공간은 초록색 데이터 스트림으로 화려하게 물들었다. 시스템의 무미건조한 음성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경고: 예상치 못한 데이터 패턴이 감지되었습니다. 의식 재구성을 시도 중입니다..."
바로 그때, 지유는 사무실 한쪽에서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했다. 그림자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넌 손대지 말아야 할 것을 손댔어... 솔라리스의 수수께끼는 이런 식으로는 풀 수 없어."
지유는 놀라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환영이 마치 현실인 것처럼 선명했다. " 형이 어떻게....." 지유의 목소리는 두려움으로 떨렸다. 지유의 친형은 이년 전에 죽었다.
개선 방향 및 평론: 갈등과 긴장감 증대: 현재의 줄거리는 큰 틀에서 갈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야기를 더욱 몰입감 있고 긴장감 있게 만들기 위해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에서의 갈등을 더욱 세부적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후략.
어떤 프롬프트(질문)로 위와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질문 목록을 나열해보겠다.
1. 내가 좋아하는 소설은 A,B,C,D야. 그 소설들은 전문 문화평론가의 시점에서 어떤 공통점이 있지?
2. 위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SF소설(드라마, 영화)을 추천해줘.
3. 소설 A와 ‘블록체인 기술’을 연결해서 소설 소재, 제목, 줄거리, 시공간적 플롯을 만들어줘.
4. ‘네트워크는 과학자의 의식을 단순히 저장하는 것을 넘어서, 그의 생각과 감정을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실체로 변환시킵니다’, 라는 부분을 소설 장면으로 만들어줘.
5. 이 소설의 개선 방향을 알려줘.
AI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한 분야의 과학자에게만 물어서 답이 나오지 않았던 질문들을 AI에게 통합적으로 물음으로써 리서치 과정이 대폭 간소화됐다. 평소에 과학자와 SF작가들의 만남을 주선했던 필자로서는 정말 기적같은 변화로 느껴진다.
집안일을 간소화한 기기들처럼, AI는 글쓰기 과정을 단순화하고, 창작자로 하여금 더 복잡한 사상과 미학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일하느라 노는 것을 잊어버린 인류. 여태까지 인간이 일을 하느라 못 누렸던 ‘게임 놀이와 예술’을 시작하고 진정한 호모 루덴스의 시대를 열 수 있는 시기가 된 것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글쓰기가 재미없고 어려운 이유
위의 예시처럼 소설을 완성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시도를 하다가 멈출 수 있다. 그 과정이 만만치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만들어 본 감각이 없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쓴다는 것은 주인공이 되어보는 감각이다. 주인공 관점으로 스토리라는 하나의 세상을 해석하고 만드는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스토리의 결말은 주인공에게 달렸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 인류가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의사 결정을 하는 감각을 키워야 하는 때가 왔다. 그렇지 않으면 AI의 의사 결정에 따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뉴스 기사, 소설, 프로파간다, 모두 일종의 스토리텔링이다. 웹2 시대의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도 강력했지만 웹3에서는 스토리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다. 그러므로 수사학, 스토리 연구는 이제 교양이 아니고 필수 과목이다. 미래 먹거리인 메타버스 내의 공간 디자인도 아바타 캐릭터도 OTO(Offline to Online) 산업도, 아이폰도 스페이스X도 모두 다양하고 매력적인 스토리에 기반을 둔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며 세상을 만들어가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많은 SF 소설에서 경고하듯이, 만약 사람들이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의사 결정하는 방법을 잊거나 포기한다면,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AI나 소수 집단이 인류를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적 상황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필자소개/ 윤여경
문화기획자이자 비영리 문학단체 퓨쳐리안 대표, SF 스토리텔러. 지난 4년 동안 30여 명의 일반인들(소설가 지망생 및 과학자, 북한이탈주민)을 출판 데뷔 기획했다. 이들 중 많은 데뷔 작품이 문학상 수상이나 문화유공자, 문학 나눔 선정으로 연결됐다. 2017년 ‘세 개의 시간’으로 제3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했으며 2023년 제6회 CISFC 과학소설 국제교류 공로 훈장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응급실 로봇 닥터’, SF 앤솔러지 ‘매니페스토’ 등이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예술적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작가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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